김영삼 전대통령은 4일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으로
부터 정씨의 증언내용을 보고받고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웃기는 소리"라며
격노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김 전대통령은 또 "하얏트호텔에서 정씨를 만난 사실이 없다"고 못박은 뒤
"감옥에 갇힌 사람(정씨)과 흥정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는 전언이다.

박 의원은 상동동을 방문한뒤 기자회견를 자청, "정치탄압의 일환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그동안 한보청문회나 검찰수사에서 밝혀졌던 내용과 완전히
상반돼 (정씨의)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감옥에 있는 사람을
이용해 정치탄압을 하려는 비열한 작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대통령은 상도동 자택에서 점심을 함께 한 김광일 전 청와대비서실장
에게도 "언제는 8백억원을 줬다더니 이제는 1백50억원으로 줄었다"며 "수표로
줬다고 했으니 추적해 보면 될 것 아니냐"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후문
이다.

김 전대통령은 처음에는 격노하는 모습이었으나 나중에는 너무 어이가
없다며 도리어 차분한 표정을 보였다고 박 의원은 덧붙였다.

한편 한나라당 김명윤 의원은 서빙고동 자신의 집을 찾아와 (김 전대통령
에게) 50억원을 전달했다는 정씨의 증언에 대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정씨의 증언 내용이 알려진 후 비서진을 통해 "김 전대통령
이 대선후보시절 우리집을 방문한 적도 없으며 돈을 주고 받은 일은 더더욱
없다"며 "김 전대통령에게 사적으로 돈을 줬는지 여부는 알바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92년 대선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을 지냈던 한나라당 김영구 부총재도
정씨가 "당시 민자당에 선거자금으로 50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
"전혀 알지도 못하며 보고도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김 부총재는 "정 씨가 민정당때부터 재정위원을 맡았던 것으로 안다"며
"재정위원으로 있으면서 몇 억원씩 당에 낸 적이 있어 그 액수를 전부 합쳐
50억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선거자금으로 50억원을 당에 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