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아줌마 모델, 소녀같은 남자모델, 어두운 지하 카페, 바닥에
주저앉은 관객, S자로 꼬인 무대...

패션쇼가 달라지고 있다.

특급호텔 컨벤션룸에서 "우아하게" 치러지던 종래의 틀을 깨고 파격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패션쇼의 가장 큰 변화는 우선 장소가 다양해졌다는 점을 꼽을수 있다.

얼마전까지 당연시되던 호텔보다 카페나 레스토랑, 길거리, 미술관 심지어
캬바레까지 패션쇼의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지난 1월에 열린 브랜드 런칭쇼만 살펴봐도 이같은 트렌드가 뚜렷해진다.

코오롱상사의 1492마일즈, CH코퍼레이션의 에프세컨드 등 상당수 브랜드가
호텔이 아닌 다른 장소를 택했다.

안나모리날리는 사진작가 스튜디오와 갤러리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노승은 패션쇼는 지난달 말 한 카바레에서 열렸다.

쇼의 진행방식도 달라졌다.

일자형 무대에서 탈피, 연극무대같은 원형이나 객석 사이사이를 통과하는
미로형 등도 패션쇼에서 환영받고 있다.

라이브콘서트처럼 밴드가 쇼 중간중간에 연주를 하기도 하고 행위예술가가
등장하기도 한다.

모델도 달라졌다.

무조건 키크고 날씬한 모델을 쓰기보다 개성을 더 중시한다.

파격적 패션쇼로 유명한 업체인 "아가씨"는 지난해 아주 뚱뚱한 몸매의
디자이너를 모델로 등장시켜 화제를 모았다.

또 여성복 패션쇼에 남자모델이 나오기도 한다.

이같은 흐름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2~3년전부터 부분적으로 조금씩 바뀌어 왔다.

당시 런칭붐을 이뤘던 디자이너 캐릭터 브랜드들은 타상품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선언하고 평범한 패션쇼를 거부했다.

상품을 직접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행사로
변한 것도 패션쇼의 스타일 변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패션쇼의 형태가 달라진 또 다른 이유를 IMF후 빠듯해진
주머니사정에서 찾고 있다.

호텔에서 번듯하게 치를 경우 최저 3천만원정도를 써야 하지만 카페
등을 사용할때는 1천만원만 가져도 충분하다는 것.

때문에 수백명씩을 초청해 치르는 대규모 런칭행사는 최근들어 급속히
줄었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관계자들은 패션쇼가 다채로와진 이유중 하나로 쇼연출자나 기획자
집단의 변화를 꼽기도 한다.

외국 패션쇼를 많이 접해본 유학파등 신진엘리트들이 주축이 돼 신선한
이벤트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봄상품 패션쇼가 집중적으로 열릴 2월에는 개성과 경제성을 함께 살린 더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이벤트가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아둘 전망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