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실험극장이 대학로 인간소극장에서 연극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김성노 연출, 2월28일까지)을 공연중이다.

우디 알렌이 지난 69년 대본을 쓰고 주연까지 맡았던 작품이다.

볼품없고 무기력한 도시의 젊은이가 상상속에 그리는 남성성에 대한 환상을
코믹하게 엮어낸 수작이다.

주인공은 알란 페릭스.

그는 인생이란 거친 바다에 뛰어들기 보다 한걸음 물러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소시민이다.

그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연배우 험프리 보가트에 푹 빠져있다.

완벽한 외모와 박력으로 여성들을 휘어잡는 영화속의 험프리 보가트는
이상적인 남성상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아내에게서 버림받은 알란은 절친한 친구부부로부터 여자친구들을 소개
받는다.

그는 자신의 상상속에 존재하는 험프리 보가트로부터 조언을 받으며
어울리지도 않게 "험프리 보가트식" 구애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 과정에서 늘 가까이 있던 친구부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사랑의 해법은 스스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이 연극은 자신의 모습을 억지로 꾸미기 보다는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는게
최선이란 얘기를 하려 한다.

사내는 사내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리고 그것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코믹터치로 퍼붓는 독설이기도 하다.

눈알이 팽팽도는 안경을 쓰고 쉴새 없이 주절거리며 볼품없는 남자의 심리를
그럴싸하게 그려낸 강태기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친구부인역의 차유경은 잔잔한 연기로 자칫 코미디물에 그칠수 있는 극의
흐름을 탄탄하게 떠받쳐 주고 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