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보고가 시작되기전 특위 위원들은 환란 당시 한은 핵심
관련자가 청문회장에 나왔는지를 체크하는 등 한은의 책임을 철저히
따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민회의 이윤수 의원은 "외환위기 당시 국제부장과 조사부장은 지금 무슨
일을 담당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전철환 한은총재는 "당시 중요직책에 있던 이들은 문책성 인사로
승진하지 못했고 임원급들은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답변했다.

자민련 김칠환 의원은 "확인할 사안이 있으니 최연종 전 한은부총재 등 환란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을 곧바로 연락해 불러 오라"고 요구했다.

<>.전 총재는 이날 보고과정에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의원들에게
핀잔을 자주 들었다.

전 총재는 국민회의 이윤수 의원의 "부도유예협약을 만든 기관이 어디냐"는
질문에 처음엔 재정경제원이라고 답했다가 은행감독원으로 정정한데 이어
재차 은행들의 자율협약이라고 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이에 천정배 의원이 "명목상으론 은행들이 자율협약이지만 뒤에선
은행감독원이 이를 지도했다는 뜻이냐"고 다그치자 "확실히 알아보고
답하겠다"며 상황을 모면했다.


<> 자민련 정우택 의원은 일본의 책임문제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97년 8월이후 일본금융기관이 1백38억달러를 회수했다"며
"일본이 한란을 부채질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전 총재는 "정확한 자금 회수 규모 등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즉답을 피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5시간30분 늦은 저녁 9시30분부터 시작된 금융감독원
기관보고는 시간에 쫓겨 업무보고를 생략하는 등 "부실하게" 진행됐다.

특위 위원들은 은행의 여신심사와 종금사 경영감독 소홀 등을 따지긴
했지만 피곤한 듯 맥빠진 모습이 역력했다.

답변에 나선 이헌재 금감원장도 "당시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는 상황논리
로 일관하면서 상당수 질문을 서면으로 대체하겠다며 어물쩍 넘어갔다.

< 이의철 기자 eclee@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