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자명종을 5개씩 놓고 자겠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대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자공학과 강의실.

늦잠 자다 강의시간에 늦은 박채영(채림)이 매서운 눈초리의 이교수(이휘향)
앞에 잔뜩 긴장한채 서 있다.

오는 24일부터 방송될 SBS 일요드라마(오후9시50분) "KAIST"(극본 송지나,
연출 주병대)의 첫회분 촬영 현장이다.

"KAIST"는 국내 첫 "과학기술 드라마"를 표방한 작품.

이공계 최고 두뇌들이 모인다는 KAIST 학생들의 생활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세계적인 과학.공학도를 꿈꾸며 연구에 매진하는 학생들의 고뇌.성공.좌절.
사랑 등이 KAIST 캠퍼스를 무대로 펼쳐진다.

처음으로 이공계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리는만큼 작가 송씨와 제작진은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송씨는 지난 여름 수개월동안 KAIST 근처에서 기거하며 학생들의 생활 모습
을 지켜봤다.

강의실에도 함께 들어가보고 교수들로부터 의견도 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KAIST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

학생들은 송씨가 개설해놓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신의 경험담, 에피소드 등
공부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들을 제공했다.

어떤 학생들은 엑스트라로 기꺼이 출연해 제작진의 사기를 높여줬다.

촬영 현장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대본에 나온 잘못된 용어를 즉석에서
고쳐줄만큼 호응이 높다.

제작진은 당초 전자.전산공학과를 드라마 배경으로 했다가 순수과학분야가
빠졌다는 KAIST측의 지적에 따라 물리학과를 급히 추가하기도 했다.

탤런트 이휘향 이진우가 교수로, 이민우 채림 김정현 정민 허영란 등이
학생으로 출연한다.

김보성은 학내 치안을 담당하는 캠퍼스 경찰로 변신한다.

영화 "강원도의 힘"에서 주연을 맡았던 백종학이 물리학과 교수역으로 TV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주병대 PD는 "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아직까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 드라마가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 향상에 필수적인
요소인지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4일 방송되는 제1회는 "돌아온 신화"다.

과중한 학업 부담으로 친구가 자살한데 충격을 받아 학교를 떠났던 정태
(김정현)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