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몇기의 거대한 기축통화권역으로 묶이는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단일화폐를 쓰는 유로랜드가 출범한 데 이어 달러를 통용화하자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아르헨티나에 이어 홍콩에서도 달러화를 법정화폐로 도입하자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홍콩지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엉웨이홍은 "환투기를 억제하는 데는 미국달러로 전환해버리는 것이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달러화를 통용하는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계의 다른 전문가들도 동조하고 있다.

물론 홍콩 통화당국은 19일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기 때문에 미국달러를
법정화폐로 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부인성명의 말미에 "지난해에 이어 최근에도 이 문제를
검토한 바 있다"고 토를 달아 여운을 남겼다.

금융계에선 이를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검토해 볼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시에 당국이 여운을 남긴 것은 "투기세력에 대한 협박"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가 홍콩달러를 기습적으로 폐기할 경우 홍콩달러를 공격해왔던
투기세력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여운을 남겨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굳이 홍콩과 아르헨티나에서 "달러 전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두나라는 통화보드제(Currency Board)를 통해 자국 통화가치를
미국달러에 연동시켜놓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에서는 은행예금의 54%, 대출의 63%가 이미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달러화(dollarization)가 충분히 진행돼 있다.

일반 소비생활에서도 달러가 이중화폐 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홍콩도 마찬가지다.

물론 달러를 법정화폐(leagal tender)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은 총4천7백20억달러에 이르는 화폐발행고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유통시키고 있다.

미국은 또 달러당 4센트의 비용으로 발행한 화폐를 수출해 달러당
96센트를 공짜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기축통화 프리미엄도 챙기는
만큼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현재 파나마가 미국달러를 자국통화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무역액등을 고려하면 홍콩보다는 멕시코가 달러 전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멕시코는 현재 전체 무역의 80%를 북미지역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여론의
85%가 달러사용을 지지하고 있다.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는 이같은 흐름이 가속화 될 경우 "세계각국 경제가
대단위 통화권역으로 이합집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통화지도의 재편 가능성을
거론했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