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뒤뚱거리고 있다.

작년 4월 변호사 교수 감독기관부원장 등으로 설립위원회가 구성된 이래
무려 9개월간 통합을 준비했으나 출범 보름이 지나도록 제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임원들은 "진정한 개혁기관으로 태어나기 위해선 이 정도의 초기 진통은
불가피하다"며 "좀더 지켜봐 달라"고 밝히고 있으나 정상화까지는 상당시일
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외부에서 들어온 임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국.실장도 업무가 생소하다.

하급직원들도 마찬가지.

"준비된" 임원과 실.국장 그리고 직원보다는 그렇지 않은 이가 더 많다.

설립준비과정에서 수십번 그린 끝에 완성한 조직도가 현실과 괴리돼 일부
조직을 급조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여신관행혁신팀은 직제 어느 곳에서도 없었으나 이곳저곳에서
직원을 뽑아 별도팀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따라 일부 팀장은 발령받은지 3일만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검사부문의 한 국장은 "직원들을 연수보내고 났더니 이젠 이곳저곳에서
직원을 파견해 달라고 한다"며 "손발이 없어 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출범초부터 계약직 전환이니 30%추가감축이니 하는 말이 흘러나오자 간부들
도 불안해 하고 있다.

계약직전환이 대세이긴 하지만 조직안정이 시급한때 오히려 분위기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감독기관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문서를 전부 새로 보내 달라"고 했다며
"업무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내 내분이나 파벌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아 "뒤섞기"의 긍정적
효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능력과 실적을 중시한다는 방침 때문인지 새벽에 외국어학원으로 직행
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좋은 징조"로 풀이되고 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