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으나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 법원에서 환경권 보호와 관련, 아주 재미있는 판결을
하나 선고해 오늘은 그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어느 불교 사찰은 역사도 오래됐지만 건물로 둘러싸인
삭막한 환경에서 그나마 우리에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준다는 점에서 아주
소중한 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환경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사찰 주변에 대형건물이 들어서게 되었는데, 건물의 층수가
19층이나 돼 자칫하면 이 건물이 사찰의 일조권도 침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
라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에 처하게 됐습니다.

사찰측에서는 건물주인을 상대로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법원에 가처분
을 신청했고 상대방은 자신의 땅 위에 건물을 짓는 것은 당연한 재산권 행사
라며 반발해왔습니다.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는데,최근 대법원에서 최종적인 결론
이 나 그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법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좋은 환경은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층수를 16층으로 제한하고 그 이상은 지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건물을 지으려고 했던 지역에 건물의 층수를 제한하는 고도
제한과 같은 규제는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주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기가 희망했던 19층까지
지으려고 했던 것인데,법원은 비록 명확한 법적 규제는 없지만 좋은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건물의 층수를 16층으로 제한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판결은 어떻게 보면 환경보호라는 대명제를 위해서는 비록
법률에 명확한 제한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는 데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좋은 환경이나 생태계가 법률의 미비로 인해 보호되지
못하고 파괴되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법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적인 제약도 있고 또
절차상 문제도 있습니다.

따라서 법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때에는 법원이 법률의 규정을
보다 폭넓게 해석해 필요한 보호조치를 강구할 필요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우리의 환경권 보호를 위해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