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을 미국회사에 팔기로 사인을 한 뒤 정부관계자가 의기양양하게
던진 첫마디는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해외차입금리부터 내려갈테니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어림잡아도 국민세금으로 4조~5조원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

더구나 제일은행과 거래를 맺어온 기업인은 발을 뻗고 잠을 잘 수가 없다.

기존 거래관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을 통해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는 것이 결코 공짜가 아닌데도 그런
뒤처리에 대한 정부의 언급은 별로 없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성공을 자축하는 목소리는 또 있다.

자고 나면 "경제가 깨어난다"고 낙관론을 양산한다.

"재고는 줄어들고 산업생산 수출 소비의 감소세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으니
경기는 바닥을 쳤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보자면 경기회복론은 아직 시기상조다.

경제가 깨어나자면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야 하지만 아직 그런 신호는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투기단계로 치달으면 마땅히 재무당국자가 관심을 보여야 한다.

급등락하는 주가는 자칫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주가는 역시 6개월전부터 경기를
알아본다"고 맞장구를 칠 뿐 투기사태와 거품이 가져올 후유증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진취적으로 경제주체를 이끄는 것은 마땅히 정부가
해야할 일의 하나다.

그러나 낙관론은 그 자체만으론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실천이 될 때만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낙관론 일색의 분위기에 짓눌려 신중론과 경계론이 설 자리를
잃어서도 균형이 무너진다.

경제주체가 정부당국으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목소리도 더이상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아닐 것이다.

시중은행 매각 이후의 뒤처리, 소비와 투자를 살리기 위한 세부방안, 빅딜
이후의 뒷수습에서 낙관론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 김홍열 증권부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