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국제 금융시장에 통화지진이 일고 있다.

새로 출범한 유로화가 세계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달러가치는 폭락세로 돌변했다.

달러가 떨어지니 엔화와 원화가치는 1~2년만의 최고치라는 기록을 세웠다.

주가 지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랜드의 주가는 하루만에 5%나 폭등했다.

1년에 한두번 있을까말까 한 "사건"이다.

반면 일본 홍콩 대만등 아시아 주가는 폭락했다.

유로화가 국제금융시장에 그려내고 있는 그림은 가히 통화 지진이라고 할
만하다.

국제자본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이같은 통화쇼크를 몰고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국제자본은 통화가치와 숨바꼭질을 벌였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국제자본이 달러표시 자산으로 몰려들었다가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다시 일본으로 몰려들곤 했다.

그런 차에 달러와 유로화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으니 국제자본이 유로화
표시 자산으로 몰려들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97년의 외환위기도 경천동지할 만한 사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
었다.

달러자금이 한국증시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그것이 환란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연초 한국증시는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이란 기대감에 폭락하는
아시아 주가와는 달리 늠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 흐르는 분위기는 이런 겉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유로화가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자 외국인이
쭈뼛거리기 시작했다"며 "한국도 유로화 쇼크의 무풍지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국제자본시장에 난기류가 흐른다면 정부로선 마땅히 정교한 정세판단
작업에 나선다든지, 대책을 마련한다든지 해야 한다.

그러나 걱정하는 목소리만 들릴뿐 구체화된 움직임은 없다.

97년 환란 당시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허정구 < 증권부 기자 huhu@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