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의 시작은 패러다임의 대변혁을 수반한다.
사람의 마음상태를 읽어내는 ''감성 컴퓨터''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나온다.
20세기의 사고와 관행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전개될 것이다.
유전자칩이 반도체를 압도하고 난치병(암 에이즈 등)이란 용어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몸(하드)의 시대''가 가고 ''뇌(지능)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세기의 산업은 어떤 것이 될까.
바이오테크, 아이디어웨어, 레이저, 신소재, 지능형시스템 등이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야에서 미래에 도전하는 사람들(future people)을 소개한다.
19세기가 물리학에 기초한 산업혁명기라면 20세기는 논리학에 근거한
컴퓨터 혁명기였다.
신 세기는 생물.화학에 뿌리를 둔 "게노믹스"와 "바이오"의 시대가 된다.
젊음을 돌려주는 회춘제, "슈퍼 소", 암.에이즈치료 신약...
빠르면 수년내 현실화될 바이오테크 상품들이다.
바이오테크의 주요 분야는 크게 질병치료와 건강식품 그리고 유전인자의
특성을 분석해 암등 난치성 질병의 원인을 알아낼수 있는 DNA칩 등이 있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노리며 뛰고있는 한국의 기업인들.
유진사이언스의 노승권 사장(38), 바이오니아의 박한오 사장(38),
선바이오의 노광 사장(41) 등이 대표적인 벤처기업인들이다.
이들의 목표는 2000년대초 수조~수십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바이오니아의 박 사장은 인간의 영원한 꿈인 무병장수를 가능케할 "DNA칩"
에 승부를 걸었다.
"인류의 마지막 남은 자원은 유전자지요. 태평양 심해자원까지 손대면서
우리 몸의 일부인 유전자에 대해선 소홀히 여기는 것이 국내 실정입니다.
이 분야의 특허권 확보 여부가 21세기 바이오 기업의 성패를 가름할 겁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 출신인 박 사장의 각오다.
그는 이미 DNA칩을 만드는 새로운 메트릭스(화학제품)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게노믹스와 관련한 새로운 연구실험장치 및 툴박스(연구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1차 목표다.
2년전에 착수한 DNA 염기배열판독장치는 2000년께면 상품화될 전망이다.
물론 국산 1호제품이 된다.
선바이오의 노 사장은 서울대 공업화학과와 미국 럿거스대 생명공학박사
출신이다.
그는 미국 바이오테크회사인 엔존사 등에서 연구경력을 쌓은 베테랑으로
인공혈액등에 관한 세계적인 특허기술을 갖고있다.
그의 꿈은 "80조원 규모의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것.
연구분야는 뇌졸중치료제 항암활성제 패혈증치료제 장기보존액등이다.
대부분 미국 및 한국특허권을 갖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선 이미 독보적
이다.
모두 2002~2004년께 상품화될 전망이다.
97년초 설립이래 아직 매출은 없지만 꿈의 실현을 장담하고 있다.
유진의 노 사장은 콜레스테롤이 없는 우유.유제품 및 식용유로 21세기를
연다.
수원대 정대원 교수팀과 함께 심장병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을 제거.배출시키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최근 완벽히 개발했다.
우유에서 콜레스테롤을 99.9%까지 제거할수 있는 것으로 한국식품연구소
시험결과 입증됐다.
무콜레스테롤 식용유는 인체내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메커니즘을 가진
식물성 스테롤(피토스테롤)을 내장에 코팅할수 있는 지용성의 식품첨가물
(신물질)로 개발해냄으로써 현실화됐다.
그의 기술적 배경은 탄탄하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공학과 석사출신으로
10년동안 유공 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 바이오텍팀장을 거쳤다.
이 기간동안 30여가지 신기술을 개발, 이중 20여가지를 사업화했다.
곰팡이 제거제로 크게 히트한 "팡이제로"도 그의 작품이다.
이같은 값진 노하우를 자산으로 유공의 후원아래 96년 11월 퇴사, 97년
7월 창업했다.
"미개척 분야의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구체화하고 체계화하기 위해
수십명의 전문가들을 만났고 전문서적들을 뒤졌지요.
콜레스테롤 관련 연구프로세스 지도를 확실히 그리는 것이 제품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였던 겁니다"
노 사장의 말이다.
개발제품의 시장규모는 엄청나다.
국내 우유시장은 약 2조원대, 식용유는 참기름 콩기름 옥수수유 현미유
원료유 등을 포함 총 9천억원대.
세계시장은 버터 1백50억달러, 치즈가 3백80억달러에 달하는등 전체적으로
셈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 3인의 "작은 거인"들은 초대형 프로젝트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대기업
과의 공조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유진은 연구개발 및 원료공급업체로 남고 판매는 대기업을 이용한다는 계획
이다.
선바이오는 5년여간 연구개발비가 총 5백억원 가량 들어가는 만큼 대기업의
자본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바이오니아는 최근 DNA칩 사업을 차세대 연구개발과제로 지정받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산업자원부에 신청한 상태다.
2010년께면 DNA칩이 반도체 시장보다 커질 것으로 이들은 확신하고 있다.
< 문병환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