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대표들은 99년 신년사를 통해 새해에는 경제 살리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박태준 총재는 지난해를 회고
하면서 경제개혁의 성과를 강조한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정치 탄압"
의 심했던 해였다며 새해에는 "협력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정치개혁과 관련, 여야는 물론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도 접근 방식의
차이를 보여 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변혁이 예상되는 올해의
정국 구도를 가늠케 했다.

조 대행은 정치문제와 관련한 언급은 최소화하면서 경제회생과 제2건국
운동의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조 대행은 "나라 전체가 고통과 눈물속에서 많은 희생을 치뤘지만 이런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며 "온 국민이 함께 애쓰고 협력한 덕분에 외환
위기와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사회.정치적 안정을 이뤘다"고 평가
했다.

또 "정권교체로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겼다"며 "이미 구축한 금융개혁 등을
통해 재벌개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행은 특히 "국정 전반에 걸쳐 구조적 발전을 추구하는 "제2건국"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행이 경제문제를 주로 이야기 한 것은 당분간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하고 내각제 등 정치일정은 경제여건에 따라 시기조절을 해야 한다는
국민회의 지도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제2건국운동을 강조한 것은 동서화합을 이룰 수 있는 전국정당으로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중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박 총재도 경제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강조했지만 조 대행과는 달리 정치
개혁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박 총재는 "금년 상반기부터 경제가 바닥을 치며 확실하게 상승국면을
타야 하고 2000년에는 소득회복의 위대한 성공을 이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특히 정치 문제와 관련, "불행하게도 우리 정치는 국민의 불신과
냉소를 받으며 국정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세기의 정치 패러다임으로는 21세기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에 정치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재가 언급한 "정치시스템의 개혁"은 내각제 개헌 등 권력구조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대다수 자민련 의원들의 의지를 반영한 대목으로 풀이
된다.

특히 내각제 문제로 국민회의와 "담판"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회의와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강화하겠다는 자민련 핵심층의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총재는 경제 회복에 최우선 목표를 두겠지만 보복과 탄압, 저항과
투쟁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제부터 (여권이) 정상적인 정치를 하겠다면 얼마든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력정치를 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무엇보다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며 "현 정권이 작년과
같은 야당탄압을 계속하면 결연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여권의 의원 빼내가기와 정치인 사정 등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은 물론 내부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총재는 "야당은 안보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는 가운데 현실에 바탕을 둔
대북정책이 추진되도록 하겠다"며 "무조건 반대나 투쟁을 능사로 하는
야당이 아니라 국민에게 기대와 신뢰를 안겨주는 야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
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