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의 중재와 금감위의 압박 등으로 현대와 LG의 물밑접촉이 시작되면서
중재안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LG는 아직까지도 공식적으로는 타협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위가 LG에 합의 준수를 촉구하는 한편 현대에 대해서도 LG가
섭섭해하지 않을 수준의 양보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져
분위기는 뭔가 타협점을 찾지않겠느냐는 쪽으로 가고 있다.

전경련도 양측의 입장을 들으면서 각각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관련, 현대가 LG에 보상 차원에서 유화 등 다른
계열사를 넘겨주는 "보상 빅딜"과 통합법인의 양사 지분율을 탄력적으로
재조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에선 정부측이 LG의 데이콤경영권을 인정해주는 카드도 제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와 만나더라도 경영권을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 방침은 당초 밝힌대로 5대 5의 대등한 지분비율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 관계자도 "현재로선 우리가 특별히 무엇인가를 양보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이 특별한 대안을 갖고 중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측이 충분히 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태수 ADL 한국지사장은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G가 주장하는 반도체 보고서의 허구성과 관련, "보고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록 LG가 컨설팅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지만 "반도체합병이
국가적 관심사라는 점을 인식하고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며 월권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또 "D램사업은 수학의 미.적분처럼 반도체전문가라면 모두 알고 있는
분야"라며 D램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LG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전자의 반도체사업 부채비율이 회사전체의 부채비율보다
크게 낮아진 배경에 대해 그는 "현대전자의 제출자료에 내부기준을
약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LG반도체의 연구개발부문 점수가 부문별평가서에는 3점,종합평가서에는
2점으로 서로 다른데 대해서는 "오타"이며 전체적인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