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스피드011 사용자 22만명은 하늘을 원망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기대했던 눈이 오지 않았기 때문.

이들은 지난 8월 SK텔레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지역 적설량이 1cm이상
일 경우 011 신규가입자에게 20만~40만원이 입금된 통장을 준다''는 베팅마케
팅에 도전했다 실패한 케이스이다.

올 한햇동안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펼쳐졌던 월드컵축구 아시안게임
화이트크리스마스 등 3대 "베팅(내기)마케팅"은 모두 "혹시나"에서 시작,
"역시나 꽝"으로 끝났다.

"<><>하면 상금 또는 상품을 준다"는 식의 베팅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와 내기욕구를 자극,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매출증대에 기여했지만 소비
자들은 단 한건도 상금이나 상품을 받아내지 못했다.

반면 베팅마케팅에 나섰던 가전, 유통, 정보통신업체들로부터 상금 및 상품
지급에 대비해 보험료를 받았던 국내보험회사와 해외재보험회사들이 상당한
반사이익을 챙기는데 그쳤다.

지난 5월 한국축구대표팀의 월드컵본선 16강 진출을 조건을 내걸고 첫 선을
보인 내기마케팅은 이후 <>아시안게임 축구 야구 동반우승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등으로 이어졌다.

월드컵 16강내기 마케팅에는 대우전자 서울이동통신 39쇼핑 등 가전 통신
유통업계에서 모두 33개 업체가 참여, 5백49억원 상당의 상금 및 상품을
내걸었다.

아시안게임 축구 야구 동반우승 마케팅에는 한솔PCS 등 국내 21개사가
소비자들을 상대로 내기를 걸었다.

상금규모는 약 1백21억원.

또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을 조건으로 내세운 화이트내기마케팅에도
삼성전자 대우통신 삼보컴퓨터 SK텔레콤 인앤아웃인터내셔널여행사 한신코아
백화점 등 다수의 업체들이 참가했다.

그러나 결과는 소비자들의 "3전3패"로 끝났다.

월드컵축구는 1차예선리그에서 탈락했고 아시안게임에서는 야구가 우승을
일궈낸 반면 축구가 내기를 망쳤다.

화이트크리스마스는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내기마케팅을 통해 업체는 행사기간중 10%~40%의 매출증대 효과를 누렸지만
소비자들은 헛물만 켠 셈이다.

월트컵 내기마케팅 기간중 한국통신프리텔과 신도리코는 평상시에 비해
각각 45% 및 52%의 높은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화이트내기마케팅은 SK텔레콤에게 무려 22만여명의 신규가입자를 몰아줬다.

올해 내기마케팅 시리즈 가운데 유일하게 소비자의 꿈을 실현시켜 준 곳은
PC통신 하이텔뿐이다.

이 회사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박찬호의 올시즌 15승 달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이용자 30명에게 내년시즌 박찬호의 첫 경기를 현지서
관람할 수 있는 행운을 안겨줬다.

내기마케팅을 통해 국내 업체들이 매출증대를 맛보는 사이 실속있게 짭짤한
재미를 본 곳은 영국의 로이드 렉싱톤 등 해외 재보험사들.

내기마케팅을 실시한 업체들은 내기에 건 현금 및 상품값에 상당하는 "상금
보험"을 국내 보험업체를 통해 이들 해외재보험사에 가입했다.

보험료는 내기의 확률에 따라 정해졌다.

월드컵축구 8%, 아시안게임 축구 야구 동반우승 12%, 화이트크리스마스 6%
였다.

따라서 월드컵축구 내기마케팅때는 33개 업체가 총상금 5백49억원의 8%에
해당하는 약44억원을 보험사들에 안겨줬다.

아시안게임때는 상금규모 1백21억원의 12%인 14억원이 고스란히 보험회사들
의 수입으로 잡혔다.

화이트마케팅에서도 SK텔레콤 18억원을 비롯 약25억원이 보험료로 지출됐다.

올해 내기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국내 업체들은 내년에도 계기만
생기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내기를 걸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이미 내년 여름날씨를 담보로 에어컨판촉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내년 6~8월중 서울지역에서 섭씨
30도 이상인 날이 12일미만일 경우 최고 40만원을 돌려주기로 했다.

< 김상철 기자 che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