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코믹연기가 아닙니다"

영화배우 송강호(31).

그의 이름을 듣는 사람은 가장 먼저 영화 "넘버3"을 떠올린다.

더듬거리는 말투("이건 배, 배, 배신이야")로 "헝그리 정신"을 강변하던
불사파두목 조필.

영화 "조용한 가족"에선 다혈질 청년 영민으로 나와 특유의 코믹연기로 관
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가 괴팍하고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반듯한" 정보요원으로 변신한다.

내년2월 개봉예정인 첩보영화 "쉬리"(감독 강제규)에서다.

그는 주인공 한석규와 짝을 이뤄 북한측 테러범과 맞서는 남한측 비밀요원
으로 나온다.

"이번 영화가 제 이미지를 바꾸고 연기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변신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동안 너무 한가지 모습만 보여졌거든요.

사석에서 강 감독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저의 강한 이미지를 아낄 필요가 있다구요"

영화속 모습과 달리 송씨의 실제성격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이다.

술자리에서도 구석에 앉아 말없이 잔만 기울이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카메라앞에만 서면 전혀 딴 사람이 된다.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그만큼 배역에 몰입하고 노력한다는 증거다.

"넘버3"에서 히트친 더듬거리는 말투도 촬영 하루전날 대사연습을 하다가
스스로 개발한 것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배우의 꿈을 품었다.

"남의 흉내를 잘 냈어요.

주위 반응이 좋은 것을 보고 나한테 이런 표현력이 있구나 생각했죠"

군대제대 직후 고향인 김해를 떠나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 발을 들인 곳이 극단 연우무대.

91년 연극 "동승"으로 데뷔한후 "국물 있사옵니다" "지젤" 등에 출연하며
연기수업을 쌓았다.

96년 "비언소"에 출연할때 이창동 감독의 눈에 띄어 "초록물고기"에 캐스팅
돼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엔 "넘버3"으로 대종상 신인남우상과 청룡상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핫브레이크" "016PCS" 등 CF에 출연하며 시청자들과 친숙해졌다.

"새해엔 "쉬리"가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새영화도 2편정도 찍을 계획입니다"

"배우가 진실할때 관객이 공감할수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반짝스타"가
아닌 생명력 긴 배우의 모습이 보였다.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