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군단이 증시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금리가 사상 초유의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물밀듯
밀려오면서 주가는 하늘 높은줄 모른채 치솟고 있다.

14일에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물이 쏟아졌지만 개미군단은 이를
거뜬히 소화,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4.13포인트 오른 559.30을 기록했다.

최근의 주식시장은 연초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은 상승장세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개인들의 입맛에 맞는 증권 건설주등 소위 대중주가 연일 수직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시장주도주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너나없이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고객예탁금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
5조원에 육박했고 거래량도 연일 3억주를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내년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가세하면서 이번 장세는 연초처럼
"반짝장세"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동성장세가 기업부문의 실적호전이 반영되는 실적장세로 이어지면서
대세상승국면으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증권.건설주가 시장주도 =금리하락의 최대수혜주로 꼽히는 증권.건설주는
"시세대로 사달라"는 일반투자자들의 주문이 폭주하면서 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증권업종지수는 지난 한주동안에만 1368.58포인트에서 2148.84포인트로
57%나 상승했다.

건설업종지수도 93.43포인트에서 137.36포인트로 올라 47%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윤삼위 LG증권 연구위원은 "금리하락의 위력이 증시에서 갈수록 힘을 발휘
하고 있다"며 "금리하락의 최대수혜주로 꼽히는 증권.건설주는 단기급등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거래량과 거래대금 폭발 =주식매매시간이 1시간 연장된 지난 7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거래량이 3억주를 넘어서고 있다.

14일도 3억2천3백여억주가 거래돼 한번 달아오른 매매열기는 식을줄 모르고
있다.

거래대금도 연일 3조원에 육박한다.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자 장중에 주식을 사고파는 당일매매가 크게
늘어난 점도 거래량 급증에 한몫하고 있다.

일단 주식을 사들였다가 주가가 오르면 같은 날에라도 다시 팔아버리는
이같은 초단기매매는 거래량 거품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초단기매매가 늘어나면서 주식매수대금이 제때 결제되지 않아 생기는 미수금
도 현재 3천5백억원을 넘어서 연중 최고수준에 이르고 있다.

<> 조정을 모른다 =최근의 주가는 조정국면을 거치지 않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일 445.96에서 14일 559.30으로 무려 113.34포인트나
올랐다.

이 기간동안 지수가 전날보다 떨어진 날은 8일과 11일 이틀에 불과했으며
하락폭도 상승률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대형 세종증권 시황팀장은 "조정을 거치면 상승폭의 20% 이상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조정다운 조정이 없었다"면서 "장중에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것을 조정이라면 조정으로 볼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 외국인의 영향력이 약해졌다 =연초장세의 경우는 외국인들이 장을
이끌었고 국내기관이나 일반투자자들은 외국인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이들이 주식을 팔면 주가가 내리고 사면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은 얼마전
까지도 반복돼 왔다.

그러나 최근의 장세는 외국인의 매매패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들이 사든팔든 관계없이 주가는 수직상승을 계속하고 있다.

개미군단의 힘이 그만큼 막강해졌다는 이야기다.

< 송태형 기자 touhg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