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재계 간담회는
매우 진지한 가운데 진행됐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특히 "이날 간담회가 끝난뒤 만찬에서 김 대통령은
너무 기분이 좋아 많을 말을 했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와 만찬에서의 대화 내용을 간추린다.

<> 김 대통령 =오늘은 국가의 장래에 막중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모임을
갖게 됐다.

그간 경제계의 자구노력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국내외의 비판이 많고 국제
신인도를 제고하는데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경영능력이나 적성이 없는 사람이 경영을 하는
것은 외국에서는 아득한 옛날 얘기다.

개혁에 힘쓰지 않고 국제경쟁에서 이기려 노력하지 않는 기업은 묵과할 수
없다.

국민과 세계가 이자리를 주목하고 있다.

기쁨과 용기를 줄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한다.

<> 김우중 대우회장 =외환위기를 겪은지 1년이 지나면서 대통령이 심혈을
바쳐 개혁을 한 결과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국민 모두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대우는 수출확대로 자생력 증대 노력을 해왔다.

핵심 산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

<> 이건희 삼성회장 =대통령이 중국 싱가포르와의 정상외교때 삼성과
현대를 직접 거명하면서 세일즈외교 펴준데 감사한다.

삼성은 분사와 계열사 축소를 통해 모든 구조개혁을 99년말까지 끝내겠다.

<> 정몽헌 현대회장 =현대는 사장단 회의를 폐지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제와 감사제도를 도입했다.

현대자동차 계열을 통폐합해 2~3년내에 현대 계열에서 분리할 것이다.

반도체부문 구조조정을 위한 새로운 기업 신설도 합의대로 지켜 나가겠다.

<> 구본무 LG회장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체제를 확립할 것이며 회장실을
폐지하겠다.

법인단위의 기업가치를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구조조정을
하겠다.

99년까지 상호보증채무를 완전 정리할 것이며 2002년까지는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유지하겠다.

<> 손길승 SK회장 =95년부터 구조조정에 나서 에너지 화학 정보통신 부문의
매출이 그룹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25억~35억 달러의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다.

외국투자회사가 투자회사의 계열분리를 원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 류시열 제일은행장 =금융권은 과거 기업구조조정에 피동적 보수적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경영이 부실화되면 은행도 퇴출된다는 시장경제 논리가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금융인의 자세도 크게 변모했다.

<> 배찬병 상업은행장 =기업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후 부채비율 감축 등
구조조정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채권은행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 박태준 자민련총재 =국가적 현안인 구조조정을 하는데 정치권 분위기를
제대로 조성하지 못해 죄송하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적극적 노력을 인정하나 개혁이 지연된 것은 유감이다.

일부 대기업에서 백화점을 매입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 구조조정이 지연됐다.

<> 조세형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흡족하지 못하지만 부분적인 구조개선과
채무비율 개선 등을 재확인한 것은 다행이다.

정치권은 법적 뒷받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손병두 전경련부회장 =외자유치를 추진할때 채권은행이 사전출자를 해줄
의향은 없는가.

<> 이헌재 금감위원장 =채권은행단과 협의해 가시적 성과가 있을때 출자
전환하도록 하겠다.

<> 김 대통령 =오늘 재계 채권은행단 그리고 정부가 모여서 중대한 합의를
도출한 것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개혁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의지가 발표되고 국민은 이를 보고 모든 것을
신뢰할 것이며 앞날에 희망을 가질 것이다.

개혁이 잘될 것인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99년에도 개혁을 잘해내면 수십년 갖고 있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수준으로 개혁할수 있을 것이다.

두번 다시 금융기관이 채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해 금융위기가
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국민의 정부는 이러한 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간담회를 끝낸뒤 만찬장에서 대화 계속)

<> 조석래 효성회장 =지난해 이맘때 어렵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연초만
해도 암담한 심정이었는데 차츰 경제가 안정돼 가고 주가도 5백선을 넘어
앞날이 밝은 것 같다.

직접 합의문을 만들고 경제를 튼튼히 할 기틀을 만들어준 준 대통령께
감사한다.

<> 박용오 두산회장 =정부가 외국회사들이 장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 김 대통령 =정부를 신뢰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하고 상의
하도록 하자.

우리는 국민을 잘 살게 하고 경제계를 잘되게 하기 위해 이렇게 하고 있다.

<> 현재현 동양회장 =시티뱅크 합병에서 보듯이 세계적으로 금융업은
겸업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업종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어 통폐합이 어렵고 영세하고
전문성도 떨어진다.

<> 이 금감위원장 =우선 은행 보험 증권 등으로 광역화하여 경쟁력을 키운
뒤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김 대통령 =세계적으로 금융기관은 대통합하는 추세가 맞다.

<> 박태준 총재 =기업경영자들이 본의 아니게 폐습에 젖어 왔다.

오늘을 계기로 폐습을 버리고 경제를 도약시킬수 있었으면 한다.

오늘 합의된 사항들이 성실히 지켜질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이 노력한다는
의미에서 건배하자.

< 김수섭 기자 soosup@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