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해온 5대그룹이 각각 주력업종을 앞세운 "독립기업 연합군"으로
바뀐다.

내년부터는 그룹 순위를 매기는 것이 어려워진다.

현대의 경우 자동차 전자 등 5개 소그룹으로 각각 독립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룹체제 자체가 사실상 와해되는 만큼 자산을 비교해 순위를 매기는 외형
경쟁은 사라지게 됐다.

각 그룹이 순위에 얽매이지 않게 됐다는 것만 해도 큰 변화다.

"외형"과 "양"을 중시하는 중진국형 사업구조가 "내실"과 "질"을 강조하는
선진국형으로 고도화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7일 정.재계간담회에서 5대그룹이 밝힌 구조조정 계획은 몸집은 작지만
강한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다음은 각 그룹의 사업구조조정 계획 골자.

<> 현대 =자동차 전자 건설 중화학 금융 및 서비스 등 5개 소그룹으로
분할한다는게 구조조정의 골자다.

특히 다른 그룹과 차이가 나는 것은 이들 5개 핵심역량이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로 각각 독립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사실상 현대는 그룹 해체의 절차를 밟게 된다.

이미 자동차부문은 정몽구 회장 체제로 독립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곧 이어
전자 건설 중화학 등 나머지 사업군의 독립 계획을 공개키로 했다.

자동차부문의 완전 독립은 2000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세용 현대구조조정본부장은 "이업종간의 지급보증은 물론 동업종간 지급
보증도 불가능해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그룹체제는 존재하기 어렵다"며 "
우선 동업종으로 계열화해 그룹을 분할한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5개 핵심사업에 얽혀 있는 지분 정리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는 또 현대해상화재 금강개발산업 등 일부 계열사는 분가를 위해
계열분리를 추진하고 있으며 나머지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하거나 정리할
계획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삼성 =현재 66개사인 계열사가 전자 금융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40개
안팎의 소수정예로 축소된다.

그룹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자본금 규모가 큰 계열사가 22개이며 나머지는
이들 회사가 출자한 회사"라며 "합병 매각 등의 방법으로 출자회사를 정리해
계열사를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이끌고
있는 보광그룹과의 지분관계도 청산해 이들 기업을 그룹으로부터 분리할
계획이다.

홍씨가 대주주로 삼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있는 기업은 (주)보광
휘닉스커뮤니케이션 등 12개에 이른다.

삼성은 또 재무구조 개선차원에서 외자 유치 유상증자 사업매각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부채상환에 우선 활용, 부채비율도 올 연말 2백60%로 축소
하고 내년말까진 1백97%로 줄일 방침이다.

계열사별 채무보증도 2000년 3월까지 모두 해소키로 했다.

이처럼 계열사를 정예화하고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없애면서 경영 시스템이
회사별 독립경영체제로 바뀌게 된다.

사장단 회의는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경영정보 교환차원으로 운영해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돕기로 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대우 =현재 41개인 계열사를 10개 내외로 축소할 계획이다.

대우는 자동차 중공업 무역.건설 금융.서비스 등을 핵심업종으로 집중
육성키로 했다.

이 경우 주력사는 (주)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대우증권 등 4개사가
된다.

대우는 당초 15일 이전에는 자체 사업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주력사중 하나인 대우전자를 삼성자동차와 교환하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계획을 수정해야 할 형편이다.

대우 관계자는 "전자 관련사들의 정비 문제가 남아 다소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의 해외법인과 관련해서는 "대우전자와 패키지로 교환대상이 될지
별도로 대우소속으로 남길지가 전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자동차를 대우가 받을 경우 그룹내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나로 묶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우는 계열사 정리의 경우 유관사업 합병, 사업이양, 종업원지주제 도입을
통한 분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는 계열사 축소 작업과 동시에 GM(제너럴모터스) 등과의 기존 협상 등
외자유치 협상도 가속화할 예정이다.

대우는 2000년까지 70억달러를 유치하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LG =화학.에너지 전자.통신 금융 서비스 등 4개 업종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할 계획이다.

이들 4개 업종별로 각 계열사를 묶어 계열사 숫자를 현재 53개에서 30개
내외(금융업종 6개 포함)로 대폭 줄인다는 것이다.

LG는 이같은 구조조정과정에서 비핵심 사업을 떼어내고 재무구조를 개선
하는 방안으로 외자유치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1월말 현재 LG텔레콤 LG화학등 4개 계열사에 총 18억달러를 유치했다.

LG는 화학 통신 반도체등 고수익 주력사업을 포함, 전 사업을 대상으로
외자유치 협상을 벌여 총 65억달러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3백5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내년말에는 2백% 아래로 끌어
내린다는게 LG측의 방안이다.

현재 1조1천5백억원에 달하는 계열사간 상호지급 보증도 내년말까지는
완전 해소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00년대부터는 선단식 경영에서 벗어나게 된다.

LG그룹 각 계열사는 업종별 소그룹화를 통해 사실상 4개의 독립기업군으로
분리되는 것.

"LG그룹의 각 계열사들은 LG브랜드와 경영이념을 공유하는 독립기업의
협력체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LG측은 설명하고 있다.

< 노혜령 기자 hroh@ >

<> SK =그동안 화학.에너지와 정보통신을 주력업종으로 선정, 각 계열사
마다 독립경영체제를 추진해 왔다.

주력업체는 SK(주)와 SK텔레콤이다.

이 두 회사를 양대축으로 업종전문화를 이루겠다는게 SK의 경영전략이다.

이번에 주력업종으로 선정된 금융과 물류.건설업종은 이들 두업종에 비하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일종의 소주력업종인 셈이다.

이같은 경영전략은 고 최종현 회장때 세워진 것이다.

SK는 이러한 경영구도에 맞춰 42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20개정도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90년대들어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라는 전략을 추진해 왔고,
정보통신은 최근에 뛰어든 업종이어서 구조조정을 통한 업종전문화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게 SK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손길승 회장은 각 계열사가 앞으론 SK라는 브랜드만을 공유하고 전적으로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SK는 종래의 그룹이 아닌 기업문화공유 연합체로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구조조정과 고객만족경영에 실패한 계열사는 SK라는 브랜드도
못쓰게 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 최완수 기자 wan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