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개념이 바뀐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기업이라면 상품 개발에서부터 생산 판매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조직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수직적
통합체"를 의미했다.

그러나 거센 구조조정의 회오리는 이런 전통적인 기업 개념을 "수평적
네트워크의 연합체"로 바꾸고 있다.

이제 기업은 핵심 기능만을 보유한채 나머지는 모두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외부 기업들로부터 이른바 아웃소싱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업 개념의 변화는 5대그룹의 분사화 바람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전관 삼성코닝 삼성물산 등 거의 전계열사에서
물류, 애프터서비스, 총무, 일부 생산라인등 60개의 사업부문을 임직원에
양도하는 형식으로 분사화시켰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국내 영업 일부 부서를, 삼성SDS는 유니텔 사업을 떼낼
예정인등 모두 2백개사를 분사화할 방침이다.

현대도 현대전자가 PC사업을 독립시키는등 63개사를 분사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 20개 부문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는 이와함께 그룹 구조 자체를 5개 소그룹으로 나눠 계열사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수평적 네트워크 연합체로 바꿀
예정이다.

이밖에 LG와 대우도 각 10개 안팎의 사업을 분사화했으며 SK는 전산부문을
떼낼 계획이다.

5대그룹 계열기업들은 이들 분사들과 계약을 맺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받게 된다.

분사 바람은 개별 기업은 물론 그룹의 경영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수직적 통합체 시절 기업이나 그룹들은 생산이나 구매 영업 기술개발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1등을 추구해야 했다.

하나라도 뒤지면 시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이었다.

이에따라 생존을 위한 비용이 아무리 막대하더라도 감내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기업은 한 분야에서만 잘하면 된다.

생산 기술력이 월등히 좋다든지 상품개발력 분야에서 뛰어나다든지 1등을
하는 한 분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머지는 해당분야 외부 선두 기업으로부터 조달하면 된다.

수평적 네트워크 연합체 기업 시대엔 아웃소싱 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요소의 하나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최근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이 개별기업의 느슨한
연합체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흐름을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기업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먼저 경기변동에 보다 손쉽게 대응할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분사화로 대기업들은 고정적으로 간주됐던 경비를 변동비로 바꿔
탄력적으로 조정할수 있게 됐다.

예를들어 주요 고정비중 하나인 임금은 불황이더라도 줄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분사화할 경우 임금 코스트를 낮출수 있다.

또 경기변동에 대응해 사업진입과 퇴출을 보다 유연하게 할수 있는
잇점이 있다.

또 사회전체적으로도 다양한 비즈니스 서비스 사업을 육성시킴으로써
이득을 얻게된다.

기업들의 아웃소싱으로 마케팅 물류 인사 총무 복리후생업무등의 분야에서
새롭게 사업기회가 생기고 수많은 전문기업들이 생겨나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된다.

분사나 창업을 재무나 법률 측면에서 도와주는 창업 비즈니스도 활성화된다.

이는 곧 사회전체적인 고용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 기업 개념에서 탈피한지 오래다.

미국의 경우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걸쳐 업무를 떼내 아웃소싱하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이스트만 코닥이 정보시스템 관리 운영, 보수를 IBM등 3개회사에 일괄위탁
했으며 크라이슬러도 아웃소싱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일본도 미쓰비시 상사가 인사부문을 분사화한 휴먼링크에 위탁하는등
90년대초부터 아웃소싱을 강화하고 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