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1년간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가 주한 외국기업인들의
"언론자유"다.

예전에는 언론사에서 외국기업인들에게 인터뷰나 기고를 요청하면 "사양"
하기 일쑤였다.

점잖은 표현으로 사양이지 사실은 "기피"였다.

괜히 말 한번 잘못했다가 한국 정부에 "찍혀" 미움을 사면 본전도 못건진
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들이 후임자에게 잊지 않고 당부하는 것도
"입조심"이었다.

이러다보니 외국기업인들은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꿀먹은 벙어리
인양 참고 살았다.

자연 정부와의 대화는 단절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 안에서 하고싶었던 말을 밖에 나가서 했다.

대부분 좋지않은 얘기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이 한국의 "고립"으로 발전됐고 그 결과는 "환란"의 한 원인이
됐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외국 기업인들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이 매주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개혁-외국인
좌담회" 참석요청에도 흔쾌히 응하고 있다.

정부비판에도 스스럼이 없다.

불만과 요구사항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이제는 우리 정부가 "귀"를 열 차례다.

때론 듣기 민망한 말도 있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얘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는 우리에겐 "경전"이다.

"말이 많아졌다"고 귀를 막는 순간 제2의 환란이 시작될 수도 있다.

김수찬 < 국제부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