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감원바람이 거세다.

하루를 멀다하고 수천에서 수만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초대형 기업 들간의 인수합병(M&A)붐이 일면서 감원회오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M&A가 기업의 생존 패러다임이 되면서 종업원들이 무더기로 희생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M+A=L"이라는 새로운 기업 방정식마저 등장했다.

"M(Mergers)+A(Acquisition)=L(Layoff):합병과 인수는 곧 감원"이라는
의미다.

지난 1일 합병을 공식 발표한 미국의 1,2위 석유회사인 엑슨과 모빌은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1만5천여명을 감원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

세계최대 항공기생산업체 보잉도 이날 전체 종업원의 20%인 4만8천명을
향후 2년간 내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는 내년 중반까지 전체 직원의 7%에 해당하는
5천3백명의 인원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뱅커스트러스트 은행을 인수한 독일 도이체방크는 5천5백명을
정리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동종업체를 매입한 미국 제지업체 인터내셔녈페이퍼도 8만명
직원중 1천5백명을 털어낼 계획을 밝혀두고 있다.

대규모 감원이 물론 최근의 일은 아니다.

올들어 M&A를 성사시킨 모든 업체들이 한결같이 대대적인 감원에 나섰다.

벨애틀랜틱과 GTE,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 그룹,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
등 올들어 M&A로 단행한 대형 기업들이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임을 이미 종업원들에게 통보했다.

감원바람은 업종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은행 증권 유통회사등 감원에 나서지 않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인력전문업체 챌린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미국에서 발표된 기업들의 해고자및 해고계획 인원만도 52만3천명.

이는 벌써 작년 한해동안의 44만5천명을 크게 웃돌고 있다.

챌린저는 올한해 총 감원규모가 6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울한 소식은 내년에는 감원바람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M&A를 추진중이거나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이 지구촌 곳곳에 즐비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메릴린치증권의 애널리스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내년에는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감원이 성행할 것"이라며 이에따라 미국 실업률은 내년중반 지금의
4.6%에서 5.25%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M&A가 근로자들에게는 사망통지서가 되고 있는
게 지구촌의 현실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