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계속된 30일 민감한 반응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구조조정과 관련된 일부 업체들은 "회사 이름이 나간다면 코멘트를 않겠다"
고 까지 했다.

지난 주말 강한 목소리로 반발할 때완 크게 달랐다.

기업들이 갑자기 고개를 숙인 이유는 기업개혁을 재촉하는 정부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아직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또 이미 "미흡"이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낫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정부의 압박에 직접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5대그룹은 30일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주재로 호텔롯데에서 구조조정본부장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구조조정본부장들은 5대그룹이 앞장서 강도높은 구조조정계획을
조기에 내놓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사업구조조정 뿐 아니라 <>재무구조개선 <>지배구조투명화 등에
대한 명확한 일정을 밝히고 이를 다음달 중순 주채권은행과 맺어야 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반영키로 했다.

사업구조조정위로부터 "반려" 내지 "보완" 통보를 받았던 유화 철차 항공
등 3개 업종 관계사들은 통합법인 경영개선에 관한 수정계획을 "원점부터"
다시 짜내느라 이날도 바쁘게 보냈다.

지난달 28일 사업구조조정위의 평가 내용이 알려진 이후 "채권단의 입장만
반영됐다"고 비판했던 이들 업체들은 "일부 시작차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방향을 바꿨다.

이들 3개 업종은 주내에 사업성 평가와 자구계획 등을 수정 보완해 사업
구조조정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특히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기업경영간담회에서 일본측과의 자본
협력방안이 마련되는대로 이를 업종별 경영개선계획서에 반영해 자구계획을
보완키로 했다.

특히 외자유치 계획이 미흡하다는 사업구조조정위의 지적과 관련해 해외
유력업체와 맺은 자본유치 양해각서와 의향서 등의 원본을 사업구조조정위에
제출키로 했다.

재계가 확전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또 다른 이유는 김대중대통령이
조만간 정.재계 간담회를 소집키로 하면서 "설명의 기회"를 갖게 됐기 때문
이다.

구조조정 평가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른 것은 그때가서 해명하고 그 이전에
"성의"를 보이는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재계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의지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회장들이 직접 얘기하면 구조조정을 둘러싼 정부와 기업간의 의견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김우중 전경련회장이 성사시킨 이 간담회에서 기업의 현실을
감안해 구조조정 속도를 늦춰줄 것을 정부에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