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최근 몇년새 중국 등 아시아의 비중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상품을
가장 많이 사주는 나라다.

게다가 IMF체제에 접어든 이후 한국경제에 대한 미국의 입김은 거세지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앞으로 양국의 통상관계가 어떤 방향
으로 전개될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 한.미통상 현황과 전망 =미국은 지난 18일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이미 한국의 철강수출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들고 나왔다.

한덕수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산 철강제품의 대미수출은 지난 9월말까지 금액기준으로 98% 늘어난데
비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쿼터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 문제는 한.미 통상현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작년 외환위기 이후 양국의 통상관계는 비교적 순탄한 편이었다.

우선 IMF체제에서 한국의 대외협상력이 크게 약화돼 미국과의 마찰을 극력
피한데다 시장개방을 적극 추진해온 것이 주효했다.

미국도 정치.경제적인 관계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나머지 한국과의 통상문제
를 가능한 큰 마찰없이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 왔다.

한국이 IMF체제에 접어든 직후인 작년 12월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컬러
텔레비전에 대한 반덤핑조치를 철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어 4월초에는 S램 반도체에 대한 덤핑혐의도 무혐의 처리됐다.

특히 지난 10월엔 양국 통상의 핫이슈였던 자동차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양국의 통상관계는 핑크무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밀월관계는 예상보다 훨씬 짧게 끝날 것 같다.

최근들어 무역적자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미국은 나라를 불문하고
공세적인 통상정책을 취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에 대해서도 "경제위기를 감안해서 봐줄 만큼 봐줬으니
더 이상 수출만 늘리고 수입은 줄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미국의 금년 경상수지적자폭은 2천4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경기는 내리막 길에 접어들었다.

LG경제연구소는 "앞으로 미국은 한국의 경제여건을 고려하기보다는 밖으론
시장개방압력을 가하면서 안으론 보호주의적 장벽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는 이미 올 하반기부터 철강 반도체 분야에서 가시화되고 있고 연말에서
가서 한국의 대미흑자가 대규모로 나타날 경우 통상마찰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한국의 대응 =한국은 어차피 IMF체제에서 시장개방을 가속화시켜야 하는
처지라면 능동적으로 미국과의 교역장벽을 허무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외국자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고 특히
미국의 직접투자에 대한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미국과의 장벽을 없애버리는 "투자협정"을 체결키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
에서 나온 것이다.

외교부는 장기적으로 무역장벽까지 완전 철거하는 "자유무역협정"까지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한국의 이같은 전략을 꿰뚫어 보고있는 미국이 너무 자국일변도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협정의 경우 실무협상과정에서 투기성단기자본의 이동에 대한 규제
(세이프가드)를 놓고 양측의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이다.

미국은 "시장을 개방하겠다면 완전히 열어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한국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은 특히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기대했던
무역자유화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별국가와 통상교섭을 통해 장벽을
낮추는 쌍무협상을 서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앞으로 두 나라의 통상관계는 대략 두갈래로
점쳐진다.

하나는 양국의 교역이 확대균형을 이루면서 상호투자까지 활발해지는
선순환의 경우다.

나머지 하나는 한국의 대미흑자가 줄어들지 않고 미국은 통상압력을 강화
하는 악순환의 경우다.

후자의 경우 한국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개방을 가속화하면서도 급속한
개방의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는 "딜레머"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 한.미 수출입 현황 및 전망 =올들어 한국의 대미수출은 지난 9월말까지
약 1백67억달러로 작년같은 기간에 비해 5.5% 늘었다.

반면 대미수입은 1백5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무려 35.8%나 격감했다.

이에따라 작년에 8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한국의 대미무역수지는 올해
는 약 24억달러 흑자로 돌아서 약 1백10억달러의 개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LG경제연구원)

품목별로는 철강및 금속제품의 수출이 환율상승과 미국 건설경기붐에
힘입어 62.8%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화학제품(28.1%) 비금속광물(74.9%)
섬유류(16.1%) 등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의 경우 광산물을 제외한 전품목이 20-60%의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냈고
특히 내수용은 경기침체로 인해 49.7%의 감소율을 보였다.

미국입장에선 한국의 외환위기이후 양국의 무역불균형이 극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대미흑자는 수출증대보다는 수입격감에 힘입은 것으로 내년
하반기쯤 국내경기가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될 경우 흑자폭이 줄어들 전망
이다.

내년에는 특히 달러강세가 약화될 것으로 보여 대미수출도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의 부문별 한국시장 개방요구사항 ]

<>.통신 : . 외국인지분참여 한도철폐로 시장접근 개선
. 공개입찰및 자국산 제품에 대한 우대철폐
. CATV, 휴대폰, PCS에 대한 표준및 규정채택

<>.농산품 : . 수입규정의 투명성 제고
. 국제표준의 라벨링 요건충족
. 수입통관절차 시간을 축소(통관지체 개선)
. 국제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입각한 검역제도

<>.은행 : . 한국외환시장에 대한 규제완화 가속화, 투명성 제고

<>.증권 : . 국제표준에 맞는 증권시장 확립

<>.보험 : . 지불능력문제 해결, 내국민 우대및 투명성제고

<>.건설및 엔지니어링 : . 건설면허 절차에 대한 합리성및 투명성제고
. 현찰보증제 철폐

<>.환경 : . 환경관련 법규의 지속적인 개선및 이행

<>.의약품 : . 수입의약품에 대한 동등한 대우 부여

<>.지식재산권 : . 지식재산권 개선및 이행, 교육강황, 복제품 차단

<>.시장접근 : . 제품표준및 성분에 대한 국제표준 채택
. 제품및 사양에 대한 중복검사 폐지

<>.방송광고 : . 시장접근을 위한 TV방송시간의 개선
. 방송광고 규정의 투명성 제고
. 검열절차의 일관성 제고

[ 주요 통상이슈 ]

<> 한-미투자협정 : 미국, 외환거래에 대한 일시적 제한조치(세이프가드)
도입 반대. 국산영화 스크린 쿼터제 철폐 요구

<> 반도체 D램 수출 : 미국, 지난 9월9일 4차 재심 최종판정(현대 : 3.95%,
LG : 9.28%, 삼성 : 극소마진판정 번복) 현대 LG
국제무역재판소(CIT)에 제소

<> 철강제품 수출 : 한국산을 포함한 아시아와 러시아 남미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업계 의회 행정부의 수입규제 의견일치

<> 쌀 수입 : 미국, 최소 시장 접근 물량중 50%를 미국산으로 구매요구

<> 쇠고기협상 : 수입쿼터 미소진분 처리방안 협상중

<> 전자상거래 : 미국, 전자상거래 전반적인 무관세 요구

<> 담배양허록/사회보장협정 : 담배소비세 관련 양허록 개정 필요성 대두.
양국 상사주재원 사회보장세 상호 면제
협상중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