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5시42분에 출항한 현대금강호는 동해항에서 곧바로 공해상으로
나가 북으로 향했다.

관광객들은 차가운 바다바람에도 아랑곳하지않고 갑판에 나와 서성이는 등
곧 금강산을 오르게 된다는 감격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금강산 관광선의 첫 출항일인 18일 오전부터 동해시에는 관광객들이
속속 도착해 설레이는 마음으로 승선 시간을 기다렸다.

관광객을 실은 새마을호 특별열차와 항공편, 대명 대원 대화 금호 등
관광회사 버스가 속속 도착하면서 동해시는 들뜨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은 오전 10시와 오후 1시 두차례에 걸쳐 동해시 문화예술회관에서
관광안내교육을 받은 뒤 동해항 여객터미널에서 승선수속을 밟기 시작했다.

<>.오후 4시 팡파르와 함께 시작된 출항식 행사에는 금강산 관광 첫 출항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하듯 현대 관계자들은 물론 동해시 관계자, 동해 시민 등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날 행사에서 박세용 현대상선 사장은 금강산 관광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경과를 보고한뒤 "금강산 관광이 통일의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께 행사장에 도착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박 사장의 경과보고를
들으며 지난 10년간 금강산 관광 및 개발 추진에 보낸 시간을 회상하는듯
감회에 젖는 표정.

정 명예회장은 "오늘은 남북간 대규모 인적교류의 첫 물꼬를 트는 뜻깊은
날"이라며 "이를 통해 남북화해와 경제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원한다"
고 간단한 기념사를 했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 현대 회장 등 정씨 일가는 4박5일간의 일정
가운데 이틀을 금강산호텔에 묶게된다.

현대측은 정 명예회장이 단순한 관광목적으로 금강산에 가기 때문에
북측의 고위인사와 접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세기 만에 열린 금강산 뱃길을 승객,승무원 등 1천4백여명을 싣고
항해하는 현대금강호 양재원(40.현대상선)선장은 "금강산 관광선 출항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선장은 "승객 대부분이 연세가 많은 노인층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며 "추운 날씨를 감안 선내 온도를 섭씨 28~30도까지 올릴 예정"
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선의 첫 출항 순간을 지켜보면서 오래전부터 이 사업
을 준비해 왔던 현대의 남북경협사업단 일행도 잠시 감회에 젖었다.

김윤규 현대남북경협사업단장은 "드디어 배가 떴다"고 어렵게 말문을 연뒤
"정 명예회장이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금강산 관광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은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지원, 북측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
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금강산 관광객들은 빠르면 내년초부터 북한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지난 시험운항을 통해 나타난 금강산 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인
점심식사 해결을 위해 온정리 일대의 북한 식당을 임대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대상선이 임대하려는 북한 식당은 삼일포 단풍관과 구룡폭포 목련관,
만물상금강산호텔 등 3곳.

이들 식당은 각각 4백~6백명을 수용할 수 있어 관광객들의 점심식사 장소로
충분하다.

현대측이 북한식당을 임대해 제공할 점심메뉴는 북한 전통음식인 냉면과
녹두지짐, 만두전골, 산채, 송이, 가자미 등이며 독특한 맛을 살리기 위해
북한측 요리사도 고용할 계획이다.

<>.금강산 관광선 출항을 바라보는 동해시민들의 감회도 남다를수 밖에
없다.

우선 동해시민들은 출항지 유치경쟁 과정에서도 거론됐듯이 금강산 관광선
동해항 출항은 동해의 경기회복과 지역발전에 상당히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인기 동해시장은 "금강산 관광선의 동해항 출항을 계기로 동해지역
관광경기는 유형 무형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관광선 출항이
지역경기 활성화의 촉매가 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해시민들은 금강호와 봉래호 등 금강산 관광선이 소비할 연간 1백억원대
에 달하는 선식과 선용품을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로 납품될 경우
이것 또한 지역경제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당국은 조선일보와 한국방송공사(KBS) 보도진의 금강산 첫 관광선
승선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현대그룹이 18일 밝혔다.

북한은 조선일보와 KBS 기자의 경우 관광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금강산
관광선에 탈 수 없으며 북한입국을 불허한다고 지난 17일 현대측에 통보해
왔다.

북한당국은 이번 관광선 탑승자들의 관광외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져 남측의 언론사 기자들이 공개적이고 실질적인 취재활동
을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동해시.금강호선상=김정호 기자 jhkim@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