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과 마하티르 총리의 정상회담은 경제위기 극복의 방식에 대한
견해차로 회담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김 대통령은 적극적인 개방을 통해 현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입장인 반면
마하티르 총리는 기존의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하면서 자본통제 정책을
구사해 왔기 때문이다.

회담에서 두 사람은 격렬한 논쟁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입장의 차이 만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

특히 단기자본의 통제와 관련, 두 정상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
하면서도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한 견해차를 보였다.

마하티르 총리는 "단기투자는 주식값을 올려 팔아버리고 빠져 나가며 단기
투자가는 경영엔 관심이 없고 주식값만 오르게 한다"며 강력한 통제를 강조
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단기투기자본이 문제지만 잘못하면 자본의 자유이동에
문제가 생긴다"며 "단기자금의 이동에 대한 긴밀한 정보교환을 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구제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세계경제가 위기에 처해 보호무역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적극적인 개방정책과 상호협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마하티르 총리는 "외국기업이 국내기업을 싼 값으로 인수하면서
잠식하면 위기극복 이후에도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무차별적인
국제통화기금(IMF)의 개방정책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정상은 APEC 최고경영자회의 연설을 통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 대통령은 "아시아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개혁과 개방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시장경제원리에 부합되지 않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개혁하고 대외개방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마하티르 총리는 "우리는 개방하기에는 경제규모가 너무 작다"며
"말레이시아의 독특한 처방을 그냥 놓아 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의 처방이 잘못됐다면 그 대가를 우리가 치를 것이며 성공하면
세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