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야, 방 빼. 퇴출이란 말이다. 이놈아"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왕기석(32)이 악역을 맡았다.

그는 10일~15일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될 창극 "흥보가"에서 놀보로
나온다.

올 한해 소화했던 신재효(광대가), 김구(백범 김구), 전봉준(천명) 등의
역할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배역이다.

"놀보역을 시켜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관객들이 저런 면도 있었나 의아해할
정도로 서로 다른 이미지의 역할을 무리없이 해내야 진정한 연기자로 클 수
있다는 생각에서지요"

그가 놀보로 등장하기는 이번이 두번째.

그는 동편제 흥보가의 대표작인 박봉술바디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이번 무대
에서 "정말 지독한 놀보"를 창조해낸다는 각오다.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흥보의 아픈 곳을 짓누르는 놀보를 그릴 생각입니다.
박봉술 바디는 "제비 몰러 나간다"(놀보)란 소리에서 끝맺지 않고 놀부가
박타고 벌받는 장면까지 들어 있어 관객들이 못된 놀보를 보고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더 클겁니다"

그는 또 관객들에게 극을 보는 재미를 더해주기 위해 요즘 시대상황에 맞는
갖가지 애드립을 준비해 놓고 있다.

그는 80년 남해성(중요무형문화재 수궁가 준보유자)선생에 의해 국립창극단
연수생으로 발탁되었고 82년 16세의 나이로 정식단원으로 특채된 후 창극과
함께 생활해 왔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