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5천억원대 괴자금 사기행각을 벌인 채권사기조직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사건의 방대한 규모 만큼이나 숱한 뒷얘기를 남겼다.

<>.청와대 "실명해지 외부집행국장"이니 "채권담당위원장"이니 하는
그럴듯한 직함을 갖고 다녔던 사기범들은 직함에 걸맞게 7~8명씩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니면서 수사관을 폭행하는 등 너무나 당당하게 굴어 수사팀이
애를 먹었다는 후문.

수사 관계자는 "청와대 특명 비서관을 사칭하고 다닌 박무남 쌍둥이 형제
등을 검거하기 위해 현장에 수사관들을 보냈으나 이들이 내가 누군줄
아느냐고 큰소리치는 바람에 진짜 사기범인지 혼란스러웠다"면서 "일부
수사관들은 청와대 경호원을 자처한 범인들에게 코를 깨물리고 심지어
뺨까지 맞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고 털어놨다.

이때문에 검찰은 검거 과정에서 저항정도가 극히 심했던 사기범들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뿐 아니라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추가로
적용, 기소하는 등 엄벌의지를 천명하기도.

<>.사기조직의 꾐에 빠져 범행에 가담한 한 은행 지점장은 자신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도 사기당한 사실을 반신반의한 나머지
사기범 두목에게 일일이 조사 상황을 보고할 정도로 철저히 농락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관계자는 "예금유치에 눈이 멀어 가짜 채권에 현금상환 확인서까지
써준 모 지점장은 검찰에 와서 조서를 꾸미는 와중에도 사기 당한 사실을
미심쩍어했다"면서 "조사후 귀가해서는 공범들에게 조사 사실을 일러바치는
바람에 수사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일본수표는 액면가가 무려 2백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시중에는 아직도 이를 구하지 못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후문.

검찰 관계자는 "일본수표사기판매 조직은 지난 7월 서울지검 남부지청이
한차례 적발했는데도 채권시장에는 이를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본수표외에 압수한 일본 밀수 채권 중에는
미공개분이 한 상자 더 있어 이것까지 합치면 일본에서 위조된 수표, 채권의
규모는 아마 수조원대를 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본 위조채권 사기조직이 야쿠자와도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배후 수사를 계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