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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윤재의 돈과 법률] (100) '대기발령과 인격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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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실업인구가 160만을 넘는다고 하고, 어느 신문에서는 실질적인 실업
    인구가 400만에 달한다는 기사를 낼만큼 실업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을 하면서 정리해고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수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사회불안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간혹 보면 기업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때, 정당한 사유를 찾지 못하니까
    대상근로자에게 일도 주지 않고, 계속 책상만 지키게 해서는 근로자로
    하여금 제풀에 지쳐서 회사를 사직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최근에 나온 관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박씨는 93년부터 어느 회사의 영업소장으로 일해왔는데,
    작년 4월께 갑자기 회사측에서 박씨가 담당한 영업소의 실적이 저조하다고
    하면서 박씨에게 본사로 복귀하라는 발령을 내렸습니다.

    박씨는 영업실적이 다소 부진하기는 했지만 다른 영업소와 비교하여 볼 때,
    자기가 담당한 영업소만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사 발령을 낸 이유가
    지난번에 상사와 말다툼을 한 것 때문이라는 걸 직감했고, 그래서 별다른
    이의없이 발령이 난 대로 본사로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본사에 와 보니 박씨에게 주어진 자리는 본사 교육부 칸막이 밖의
    통로에 위치한 좌석에 대기하라는 대기발령이었습니다.

    박씨는 회사의 이런 조치가 자신으로 하여금 스스로 사표를 내라는 것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이렇게 회사를 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사표를 쓰는 대신,
    회사의 조치가 자신의 인격을 침해하는 부당한 조치라는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박씨에 대한 대기발령, 그것도 교육부 칸막이 밖의
    통로에 위치한 좌석에 가 있으라는 대기발령은 박씨의 인격을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이런 부당한 행위로 인해서 박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 회사가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결국 대기발령시 인격침해로 여겨질 정도의 부적합한
    장소를 근무지로 지정한 회사는 대기발령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번 판결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상당하다고
    하겠습니다.

    최근 감원이나 정리해고를 하기 전에 대기발령을 내면서 비인격적인 처분을
    내려 대기발령자들에게 사표를 쓰게 만드는 기업이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번 판결은 바로 이런 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부 기업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잘못된 관행이 근절되기를 바랍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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