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에 월급을 압류당한 직원에 대해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무조건
해임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무제 대법관)는 4일 전직 경찰관 남모(서울 강남구
일원동)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깼다.

이번 판결은 IMF 체제 이후 빚보증 등으로 월급을 압류당한 사람이
기업의 구조조정대상 1순위로 정리되고 있는 때에 나온 것이어서 향후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이 월급 압류 등을 막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못했을 때에는 품위손상 행위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빚 변제를 위한
원고의 노력을 감안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해임한 것은 재량권의 범주를
넘는 처분"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설사 품위손상을 했더라도 징계권자의 조치는 징계
대상행위에 걸맞은 범위내라야 한다"며 "원고가 월급 가압류후 1차 징계를
받은데 이어 다른 가압류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추가 해고처분한 것은
재량권을 오해한 위법행위"라고 덧붙였다.

원고는 지난 91년 김모씨와 함께 쥐포가공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금융기관
등에서 8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못하자 채권자들에 의해 봉급을 압류당했다.

이에 경찰징계위원회는 품위손상의 책임을 물어 감봉 처분했고 다시
압류가 들어오자 해임처분을 내렸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