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은 2일 오전 청와대로 김대중 대통령을 방문, 지난달
30일부터 4박5일간의 북한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과의 면담내용을 보고했다.

이날 오전9시부터 35분간에 걸쳐 이뤄진 면담에는 현대측에서 정몽헌회장,
이익치 현대증권사장이 배석했다.

정 명예회장 일행은 "장전항에 있는 북한 군인들은 현대측 근로자들이
많이 파견된 장전항에 대해 "장전항이 아니라 현대항이 됐다"고 농담을 하고
있다"고 장전항의 분위기를 전했다.

정 명예회장 등은 김 대통령과의 면담을 기다리면서 임동원 외교안보수석
및 박지원 청와대대변인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북한 장전항에 상주하는
현대측 관계자와 공사인력이 5백여명에 이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장전항에서 준설작업 중인 현대의 준설선 작업과정을 지켜 보고는 남한
기술에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과 정 명예회장 일행의 대화내용을 간추린다.

<> 김 대통령 =많은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정 명예회장 =평양서 기름이 나오는데 파이프를 연결해서 석유를 공급
하겠다고 북측이 약속했습니다.

<> 김 대통령 =그 기름의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 정 회장 =(정 명예회장의 귀가 어두워 정 회장이 답변하기 시작)
가능성은 잘 모르지만 아.태위원회측이 개발참여를 요구했습니다.

<> 이 사장 =중국 발해만 쪽에서 기름이 많이 나오는데 그 지층구조가
평양까지 연결돼 있어서 상당량이 매장된 것으로 확신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김 국방위원장도 미국에서 탐사제의가 많다고 했고 사진을 보니까 기름이
있었습니다.

<> 김 대통령 =그런 것은 장차 얘기고 다녀온 얘기를 들읍시다.

<> 정 회장 =김정일은 배석한 김용순 아.태위원장에게 금강산 관광개발사업
지연이유를 묻자 "곧 실현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11월중에 실현됩니다"라고 거들었습니다.

<> 김 대통령 =9가지를 합의했다는데요.

<> 정 회장 =금강산사업은 아.태위원회가 관리해 기본합의는 그 쪽과
했고 체육관 건립도 합의 했습니다.

민경련(민간경제인연합회)과 합의한 것은 평양발전소 승용차조립 공단조성
사업 등인데 좀더 구체화해야 합니다.

우리가 항상 지적한 것은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경제성이
없으면 좋은 관계가 진전되기 힘들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공단건설은 경제특구 개념으로 유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단내에 주택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북측이 매년 한국기업에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의 30%를 교체하는 것이
북한에 진출한 남한 기업의 애로사항이라고 말하면서 공단설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국방위원장이 "아.태위원회에서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 김 대통령 =북한과 임금 문제는 합의했습니까.

<> 정 회장 =합의가 없었지만 장전항과 온정리 등의 도로개발을 하고
있는데 KEDO 수준으로 월 1백달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전기공급이 가능한 인접지역에 약 2천만평 규모의 공단이 조성
되면 신발만 해도 1백억달러를 수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도 나옵니다.

임금이 1백달러 미만이면 중국이 1백20달러여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 김 대통령 =남북 경협 교류는 어느 정도입니까.

<> 정 회장 =공단 얘기를 하니 김정일이 김용순에게 남포공단이 잘 안된다
는 얘기가 있느냐고 물었고 김용순은 "잘 안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하면 잘 될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또 승용차 조립, 고선박 해체 등 여러 사업이 있으나 전력 때문에 안될
것 같다, 나진.선봉은 너무 멀어 물류와 사람왕래에 어려움이 있으니 그것이
쉬운 서해안에 공단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남북한 사람들이 접촉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인지 "그럼
물류는 남한이 지정하는 곳에 우리가 실어다 놓으면 남한이 가져가면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공단조성엔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 김 대통령 =공단을 조성하겠다고 동의하던가요.

<> 정 회장 =북한에선 혼자 다 못하니 관계기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민경련은 조그마한 것이라도 빨리 하자며 자동차 라디오조립이나
광천수 사업은 위험성이 적으니 빨리 시작하자는 뜻을 비쳤습니다.

<> 김 대통령 =이제 금강산 개발은 현대가 독점한 것입니까.

<> 정 회장 =계약서에 "독점"이라는 문구는 안들어 있으나 김정일이 김용순
에게 "현대하고 하기로 한 것을 여러사람과 나눠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 김 대통령 =기한은 언제까지입니까.

<> 정 회장 =계약서상 6년3개월로 돼 있으나 그외에 "장기간"이라는 표현도
있어 "장기간"에 대해 추후 협의해야 합니다.

북한은 홍콩 "조차"를 많이 신경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땅을 파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 장기간의
명확한 표현을 안하려고 했습니다.

<> 이 사장 =개별사업들에 대해선 30년이나 50년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호텔을 지으면 장기간 보장할 생각이고 북한 장전항 부두 공사에도 수천만
달러가 소요되는 만큼 50년간 사용권을 주고 있습니다.

민경련 사장은 "평양에 전기가 부족하니 디젤 발전기 5대만 연결시켜 달라"
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제성이 없다. 전기료를 어떻게 낼 것인가"고 물으니 "지불보증
문제는 준비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 김 대통령 =외화가 없다는데 어떻게 준비하겠다는 것입니까.

<> 정 회장 =어떤 안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 김 대통령 =남북경협은 쌍방의 이익을 위해 매우 좋은 일입니다.

현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꼭 성공하기 바랍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