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짜리 지폐를 발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전철환 한국은행총재가 지난 28일 국정감사에서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뒤부터다.

일부 언론에서는 내년 하반기쯤이면 현재의 1만원짜리 지폐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10만원짜리 지폐가 발행될 것이라는 성급한 보도마저 내놨다.

돈세탁 등 불건전 음성거래를 염려하는 반대론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과 무관하게 정작 한국은행은 10만원짜리 지폐 발행에 대한
검토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발권업무를 담당하는 임원과 부장은 "10만원짜리 지폐에 대해 어떠한 검토도
해보지 않았고 할 계획도 없다. 언론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누누이 강조
했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도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발행주체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누구라도 10만원짜리 지폐발행에 대한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 총재는 달라야 한다.

중앙은행 총재는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해야 하는게
오래된 묵계다.

총재의 한마디에 따라서 금리와 환율이 급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국감장에서 전 총재도 금리나 환율전망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이런 원칙을 잘 지켰다.

유독 10만원짜리 지폐발행에 대해서만 "의원님들의 건의에 대해 적극 검토
하겠다"고 답변했다.

의원들의 공세가 심해졌다고 해서 정치적 발언으로 회피하려 하는건 바람직
하지 않은 것 같다.

정태웅 < 경제부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