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Silicon) 대공습"

미국 반도체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아시아 위기로 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미국의 신흥 첨단산업기지로 강력히 부상하던 오레건주 실리콘 포리스트
(forest)는 이미 초토화됐고 미국 경쟁력의 상징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Valley)에도 비상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실리콘 포리스트는 오레건주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콜롬비아강을 따라
포틀랜드시와 유진시를 잇는 지역.

인텔 듀폰 오키 등 내로라는 반도체 메이커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반도체 생산공장들로 거대한 숲이 형성된 것 같다고 해서 실리콘
포리스트라고 부른다.

실리콘 포리스트가 본격적으로 조성된 것은 불과 3-4년전.

첨단산업을 유치해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오레건주의 전략이 수립되면서
부터다.

파격적인 세금감면과 깨끗한 콜롬비아강은 반도체 제조공장들을
불러들였다.

공장이 늘어나면서 실리콘 포리스트는 더욱 울창해졌다.

재정수입이 늘어나는 오레건주의 휘파람 소리도 높아갔다.

지난 96년 고용증가율은 무려 39%.

첨단산업을 유치해 경제를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 결실을 맺는 듯했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감소로 반도체 공장이 잇달아 문을 닫기 시작한 것.

인텔은 20억달러짜리 공장 완공을 무기 연기했고 코마추는 이곳의
3개공장 중 2곳을 폐쇄했다.

듀폰 SEH등도 건설중인 공장의 완공을 연기하기로 했다.

모두 1백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건설 계획이 중단됐다.

포리스트는 말라버린 나무들로만 가득차게 됐다.

실리콘 포리스트의 추락은 오레건주의 재정상태에서 잘 나타난다.

당초 오레건주의 올해 법인세 수입은 작년보다 12%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었다.

미국 51개주중 7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그러나 지금상태로 가면 늘기는 커녕 9%정도 줄어들 게 확실하다.

지난 2분기 세입은 1억2천5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억9백만달러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문제는 오레건주의 재정수입이 대부분 법인세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영업세를 폐지했고 누적 매출액이 3억5천만달러가
되기 전에는 세금을 받지않는등 유치 전략들이 이제는 주재정을 압박하는
원인으로 돌변했다.

첨단기지의 원조격인 실리콘 밸리도 신음소리를 내고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생산하는 물량의 절반이상을 소화하던 동아시아의
경제위기는 곧바로 실리콘 밸리에 충격파로 다가왔다.

수출감소는 또 정리해고로 이어졌다.

올초 2.3%였던 실리콘 밸리의 실업률은 이미 3.7%로 올라섰다.

이달들어서만도 어플라이드 매트리얼이 4천명을 감원키로 했고 LSI로직은
종업원의 17%를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실업률 5%선 돌파는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기업들의 주식가격도 폭락세다.

실리콘 밸리 첨단기업들의 주가지수인 밤브레크트&퀴스트은행의
275기술지수는 25일 현재 7월보다 14.2%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동안 다우지수의 하락폭은 9.7%이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당장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있다.

또 종업원들의 주머니도 가벼워진다.

대부분 기업들이 스톡 옵션(주식으로 주는 성과급)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