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초반부터 갖가지 "구태"가 벌어지고 있어 여야의 "정책감사" 다짐이
무색해지고 있다.

<> 대표적 사례는 23일 농림해양수산위의 농림부 국감때 윤한도(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윤 의원은 질의에 앞서 "도대체 농림부는 어떻게 일하길래 TV카메라 기자들
이 한명도 안 왔느냐"며 "빨리 불러 오라"고 고함을 쳤다.

농림부 간부들이 과천청사 내 타 국감장에 수소문해 기자들을 불러오자
윤 의원은 미리 준비한 볏단을 들고 나와 "장관 이리 와 봐요"라며 "이게
농민들이 흘리는 눈물의 씨앗"이라고 다그치는 "쇼"를 연출했다.

<> 정무위와 재경위에서는 여야의원간 고성과 험구가 난무했다.

일부 상임위에서 술에 취해 시비성 질의를 벌이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23일 정무위에서 "판문점 총격요청의혹"의 고문조작 여부를 놓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던중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말 똑바로 해"라며 여당의원들
에게 반말을 했다.

이에 국민회의 국창근 의원은 "십년이나 어린게 말을 함부로 한다"고
맞받아쳤다.

재경위에서는 이규성 재경부장관이 "세풍사건"과 관련, "징세기관이 선거와
관련된 불법행동을 한 것은 잘못된 일로 생각한다"며 여당측을 두둔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의 삿대질과 고성이 잇달았다.

나오연 의원은 "국세청장 개인이 관여한 것이지 징세기관이 개입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어디 그따위 말이 다 있느냐"며 이 장관을 "훈계"했다.

안상수 의원은 "월요일 국세청 감사때 한판 붙어보자"고 고함을 쳤다.

<> 산업자원위 신영국 의원은 외자 유치문제를 거론하다 느닷없이 "정부
여당의 "총풍" 조작이 외자 유치 부진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해
정회 소동을 일으켰다.

신 의원은 또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3급 이상 공무원의 명단을 공개
하라"고 요구하는 등 같은 야당의원으로부터도 좌충우돌한다는 눈총을
받았다.

<> 수감기관의 불성실한 태도와 준비부족 사례도 없지 않았다.

총리실 감사장에서는 국회의원의 한자 이름을 잘못 표기해 호통이 떨어졌다.

보건복지부 일부 직원들은 국감이 진행되던 시간에 국감장 바로 아래층
대기실에서 화투와 카드놀이를 하다 발각됐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