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과 한나라당이 20일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 대해 집중 포화를 퍼붓고 나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
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회의를 외곽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
교수에 대해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손발을 맞추듯 비난하고 나선 이면에는
국민회의측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
이다.

발단은 최 교수가 최근 한 월간지에 "6.25는 김일성의 역사적 결단"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좌파는 혁명적, 우파는 반혁명적" 등의 표현을 쓴 그의
저서 및 발언 내용을 소개하면서 비롯됐다.

"안보정당"을 자임하는 자민련은 이날 오전 "안보 세미나"에서 "최 교수의
사상적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등의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더욱이 최 교수가 지난달 "민주 대연합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내각제가
이뤄질 수 없다"며 내각제 공론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기 때문에 자민련
으로서는 호기를 만난 셈.

게다가 내각제 추진위가 이날 발족됐기 때문에 "내각제 공론화"를 위해
국민회의측을 압박하는데 좋은 소재를 포착했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역시 "북풍" "세풍"에 따른 수세 정국을 탈피하기 위해 최 교수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부각했다.

안상수 대변인은 이날 "최 교수의 견해는 우리의 이념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며 최 교수의 위원장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 교수에 대한 집중공격이 내각제 개헌론을 확산시키려는 자민련의 정략에
서 비롯된 것인지, 강한 야당으로 거듭 나기 위한 한나라당 전략의 일환인지
는 분명치 않지만 국민회의가 당분간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