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및 아시아자동차의 3차 입찰은 현대 낙찰 아니면 유찰(낙찰자 선정
무효)로 결론날 전망이다.

응찰업체중 현대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낙찰 기준에 근접해 있으나
채권단이 부채탕감 요구가 수용범위를 넘어선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와 채권단 일각에서 포드에 기아를 넘겨 외자유치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향방은 불투명하다.

<> 당황하는 채권단 =채권단은 입찰에 앞서 응찰대상업체에 보낸
입찰지침서를 통해 부채 가운데 보증채무등을 면제해 9조1천억원 정도를
부채원금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7조원 이상을 탕감해달라는 응찰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채권단이 받을 돈은 2조원이 채 안된다.

이는 담보채권자들이 받을 돈에도 모자라는 것이어서 채권단은 "수용
불가"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채권단은 5조1천억원의 자산 초과 부채에 그동안
불어난 1조원 정도를 더한 6조원선을 탕감해달라면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7조원 이상의 탕감을 요구하면 채권금융기관들이 법원의
정리계획안에 대한 동의를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도 "부채탕감 규모가 기아의 청산가치를 넘어선다면
채권단은 차라리 청산을 통해 정리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탕감에 대한 채권단 합의는 담보채권은 5분의4, 무담보채권은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는 "채권단이 낙찰업체의 부채탕감 요구를
받아들이지않아 낙찰자 선정이 무효화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수의계약은
현재 고려하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업체가 인수할 경우 외국사와의 제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목소리 높이는 포드 =포드자동차 CFO(최고재무담당자)인 존 드바인은
15일(미국 현지시간) 3.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아를
낙찰받지 못한다면 한국내 투자지분을 완전히 철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기아 입찰이 한국의 외국인 투자개방에 대한 시험대라는
점을 한국 정부에 확인시켜 적당한 가격에 기아를 넘겨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앞서 14일에는 웨인 부커 부회장이 싱가포르에서 가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포드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보유액은 2백20억달러
(약 29조원)"라며 "기아를 인수하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아를 정상의
자동차메이커로 바꿔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포드가 과거 5년간 약 13억달러의 자금을 아시아 시장에 투입했다"며
"이젠 그 결실을 맺을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해 기아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와 채권단 일각에서는 이번 입찰에서 응찰업체들이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만큼 아예 유찰시켜 포드와 수의계약을 추진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는 3차 입찰에서 탕감후 남는 부채는 현금으로 일시에 상환하겠다는
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 낙찰에 근접한 현대 =현대는 낙찰을 자신하면서도 정부 일각에서
"포드 밀어주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관계자는 "정부와 채권단이 3차 입찰을 유찰시킨 뒤 포드와의
수의계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면 외자유치만을 생각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공정한 채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업체들도 기아를 경쟁력 있는 회사로 키워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3차 입찰을 유찰시킨다면 그것은 경쟁입찰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아니라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정호 기자 jhkim@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