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등 직접금융시장이 빠른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

회사채 수익률이 연일 급락, 금리 한자릿수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종합주가지수도 6개월동안 지속돼온 300선 근처의 지루한 박스권을
탈출했다.

채권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고 주가
하락에 따라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도 용이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직접금융시장이 활력을 되찾으면서 IMF체제이후 침체일로를
걷던 경제가 회생의 기틀을 마련한 것 아니냐며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이같은 상태가 이어지면 고금리->금융비용증가->기업부도증가->주가하락및
신용경색->경기침체->고금리로 이어지는 이른바 경제 악순환 고리가 저금리->
금융비용감소->기업부도감소->주가상승 및 신용확대->경기호전->저금리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채권시장 =지난해말 연 30%에 달하던 회사채 수익률이 15일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단기금리에 이어 장기금리마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기업들은 금융
비용 부담이 급감하면서 수익구조 개선 및 경쟁력 향상의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박병문 LG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회사채 수익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금융업종을 제외한 4백70여개 상장기업의 금융비용은 연간 9천억원 절감된다"
며 "이는 상장기업 전체를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시킬만한 규모"라고 강조
했다.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금융기관들도 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장은 "금리가 급락하면서 과도한 금융
비용 부담으로 인한 기업 부도위험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IMF체제이후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축소해왔던 대출및 투자가 증가세로 바뀔 것"으로
분석했다.

회사채 수익률 하락은 은행의 가계대출금리도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해빙되면서
내수경기 진작도 기대해 볼만 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주식시장 =금리하락과 엔화강세에 힘입어 이달들어 주가가 5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김극수 대우증권 시황팀장은 "금융상품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주식
시장을 떠난 자금이 급속히 되돌아오고 있다.

외국인들도 엔화강세의 영향으로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상승은 증시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유상증자가 손쉬워져 증시에서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되며 기업공개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많은 상장사들은 그동안 유상증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처지였다.

주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상황에서는 유상증자가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왔기 때문이다.

법원의 승인을 얻으면 증자를 할 수는 있지만 절차가 번거로울 뿐아니라
설사 증자에 나서더라도 투자자들이 참여치 않아 실권주만 양산했기 때문
이다.

따라서 유상증자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대안은 주가상승 뿐이었다.

대기업들의 경우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이도 상황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부채비율을 끌어내리라는 정부방침에 맞추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주가상승은 CB(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꿀수 있는 배경도 만들어 준다.

CB는 차입금이지만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자본이 된다.

현재 대부분 기업의 주가가 전환가격을 밑돌아 실제 전환되는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주가가 더 오르면 주식전환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공개의 경우는 올들어 지금까지 제일기획 단 1개사에 불과하다.

시장이 그동안 너무도 무력했기 때문이다.

올해 전체적으로도 3개사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내년부터는 기업공개도 크게 증가해 증시를
자금조달 창구로 이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