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인 것 중의 하나가 화엄
사상이다.

"의상 화엄사상 연구"는 한국 화엄사상사의 체계화를 평생의 과제로
삼고 연구해온 숙명여대 한국사학과 정병삼 교수가 선보인 첫 결과물이다.

저자는 하나의 사상이 역사적 의의를 갖기 위해서는 당대 사회를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전제아래 의상의 화엄사상을 추적하고 있다.

그는 신라 화엄학 및 의상의 사상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중기 신라시대에 화엄사상의 사회적 의의가 무엇인가를 찾아내려 한다.

이를 위해 통일 전후 신라 불교의 동향과 의상의 일대기를 다룬 여러
문헌들을 비교 검토, 그의 생애를 더듬는 것에서 탐구를 시작한다.

삼국이 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쟁패를 다투던 시기에 태어난 의상.

그의 성장사를 통해 저자는 의상 사상이 다듬어져 간 과정을 좇는다.

이어 저자는 화엄학의 정수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승법계도"를
당시 신라 사회와 연계해 분석한다.

저자는 의상이 체계화한 화엄사상이 갖는 사회적 의의는 수준높은 철학의
정립, 기층민을 중심으로 한 정신적 일체감 조성에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이로써 중기 신라사회는 유교의 제도적 역할과 함께 화엄사상을 안정적인
왕권 유지의 두 축으로 삼을수 있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