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위를 거스르더라도 직언하여 숨기는 일이 없도록 하라.

짐은 마음을 비우고 뜻을 조용히 하여 훌륭한 말을 기다리고 있겠노라"

지도자의 윤리와 철학을 담은 "정관정요"(오긍 저, 정애리시 역, 새물결)
완역판이 나왔다.

이 책은 당 태종의 정치에 관한 언행을 사후 50년 오긍이라는 역사가가
10권40편으로 편집한 것.

옛날이나 지금이나 군주의 도리와 국가경영의 지표를 모은 지혜의 보고로
꼽힌다.

정관은 태종의 연호.

"정관정요"의 요체는 신하의 입을 열고 자신의 귀를 열었다는 점이다.

태종은 언로를 활짝 열어놓고 "쓴 말"과 "아픈 소리"를 폭넓게 받아들였다.

군신간의 의사소통을 제도화하여 인재들의 모든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한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병을 치료하는 것이 다를 바 없다.

천하가 얼마쯤 안정되면 더욱더 조심하고 삼가야 한다.

짐은 훌륭하다는 칭찬을 들어도 삼간다.

정사에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극진히 의견을 말해 숨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훌륭한 리더십은 왕조시대의 군주뿐만 아니라 요즘의 제계 총수,
조직사회의 관리자, 한 가정의 가장에게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다.

지도자의 힘은 그 구성원들을 잘 이끌 때 덕이 되지만 잘못 휘두르면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태종의 충신 위징은 그래서 "군주는 배이며 백성은 물이니, 물은 능히 배를
띄우기도 하고 또한 능히 배를 뒤엎기도 한다"며 백성을 두렵게 여기라고
늘 왕에게 간언했다.

현대 민주주의의 근본 이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