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은행 파업이라는 불상사는 극적으로 피했지만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평화 강원 충북 등 9개 은행은 지난해말 대비 32%의 인원을
줄이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올 상반기 각 은행별로 몇차례 인원조정이 있었지만 앞으로 연말까지
9천여명이 정든 직장을 떠나는 처지에 처할게 된 셈이다.

추석을 쇠고 난 10월 중순부터는 은행별로 명예퇴직을 실시, 또 한차례
감원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은행들은 일단 전체협상이 타결됐더라도 각 은행별로 노사협상을 지속적
으로 벌여 감축규모와 퇴직위로금문제를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대부분 은행은 지난해말 대비 32%를 수용해야 하지만 강원은행과 충북은행
은 협상결과 달라질 수도 있다.

강원은행은 29일 오전 개별협상에서 36.8%를 줄이기로 합의한 적도 있어
감원규모가 소폭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말 40%를 기준으로 감축해야할 인원은 9개 은행 통털어
2만1천5백51명.

그러나 이번 협상결과 감축 인원은 1만7천2백41명으로 줄었다.

4천3백10명이 퇴출의 공포에서 벗어난 것이다.

실제 정리인원은 9천40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원조정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다.

상업측은 지난번 합의한 ''6월말 기준 동일 비율''과 97년말 기준 32%를
감안, 두 은행이 6월말 기준 23.38%씩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측은 지난해말 기준 32%씩 각각 줄이자고 맞서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들이 이행각서에서 제시했던 40%의 인력감축 수준
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협상을 통해 도출한 결론인만큼 이를 존중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원감축규모를 둘러싼 갈등은 일단 수면아래로 잠복하게 됐다.

문제는 인원조정의 방법.

은행들은 일단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부분 추석이 지나고 10월 세째주경 단행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인원을 조정하기로 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달래기 위해서라도
명예퇴직을 조기에 단행, 후유증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평화은행은 10월15일로 예정된 증자를 마무리짓고 인원감축에 나설 예정
이어서 다른 은행보다 다소 늦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대부분 은행들은 퇴직 희망자가 감축예정인원을 채울 정도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인원감축규모가 비교적 큰 조흥 상업 한일 외환은행 등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조흥 상업은행은 2천여명 이상을 줄여야 한다.

한일 외환은행도 1천3백여명을 줄이게 돼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감축규모가 클 때는 대부분이 퇴직을 각오하지만
정리인원이 줄어들게 되면 "다른 사람이 나가 주겠지"하는 심리가 발동
하는게 인지상정"이라며 "대상자 선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 경우 은행들은 희망퇴직을 권고하거나 심지어 정리해고도 고려하고
있다.

일단 대상선정을 위한 기준을 <>부실여신을 발생시켜 회사에 피해를 입힌
직원 <>부부가 함께 근무하는 사내커플 <>근무성적이 불량한 사람 등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자가 여기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위로금 지급은 노사합의에 따라 이뤄질 전망이다.

제일 서울 등 4개 은행 노.사는 퇴직위로금 가운데 3개월치는 고용조정에서
제외된 직원들이 추렴해 충당하고 나머지는 은행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위로금 지급주체를 놓고 추가 협상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큰 틀이 마련된 이상 대부분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