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융기관을 신속하고 충분하게 지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 정상화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금융구조조정 지원방안을 발표한 28일을 망가진 금융시스템을 복원하고
경기를 살리는 분기점으로 삼겠다는게 정부의 의지다.

지원을 받는 금융기관들 입장에서는 보다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해야만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일부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방안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규모지원에 착수한 것은 무엇보다도 경기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산업생산활동은 둔화되고 있고 소비도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5%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민간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또 동남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러시아 중남미로 파급되면서 세계적인
디플레 우려까지 가세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통화를 신축적으로 공급한다고 했지만
금융기관들이 몸을 움츠려 돈이 기업이나 개인들한테 풀려 나가지 않고 있다.

여유자금이 생겨도 기업에 대출하기 보다는 정부발행채권이나 한국은행의
환매채를 매입하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금리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지만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이 돈을 풀지 않으면 기업부도는 확산되고 이는 다시 금융경색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종국적으로는 공황으로 치닫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결국 금융기관을 정상화하지 않고는 어떤 부양책도 효과가 없다는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부는 또한 금융기관들이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에 구애받지
않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할수 있도록 충분하게 지원하기로 했다.

국제기준으로는 BIS자기자본비율이 8%만 넘으면 되지만 10% 이상으로 높여
주기로 한 것이다.

금융기관들을 안심시켜 적극적으로 자금공급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금융기관이 스스로 자기자본을 확충하는게 시장
경제원리에 맞다.

그러나 직접금융시장마저 얼어붙어 스스로 재원을 조달할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외국인투자자들도 정부가 부실채권매입과 증자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금융기관에 투자하지 않겠다며 발을 빼고 있다.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에 나설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는
형국이다.

정부지원은 철저한 시장원리가 적용됐다.

부실채권매입시에는 법원의 경매낙찰률을 적용해 가격을 산정했다.

시장가격대로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증자지원시에는 기존 주식은 감자를 시킴으로써 정부의 출자시 공정한
가격이 적용되도록 했다.

우량금융기관이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경우에도 일체 손해가
없도록 했다.

기존의 BIS비율을 유지할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자산보다 많은 부채는
별도로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부실은행을 인수한 5개 은행에는 풋백옵션이라는 조건을 달아 향후에
생길수 있는 부실까지도 정부가 메워주기로 했다.

정부는 금융기관에 64조원의 자금이 투입되고 그 이자를 모두 국민들이
세금으로 부담하는 만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기존에 해왔던 것 이상으로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기존에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에 따라 인원및 점포를 대대적
으로 축소해야할 전망이다.

자력으로 외자를 유치하는등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수 있는 모든 노력도
게을릴 할 수 없게 됐다.

지원을 받는 금융기관의 주주와 경영진도 책임을 지게 됐다.

정부는 감자를 통해 기존 주주에게 손실을 부담시키고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을 교체하는등 책임을 묻기로 했다.

[ 금융구조조정 지원자금 64조원 지출내역 ]

< 부실채권 매입 32조5천억원 >

<> 97년12월 ~ 98년8월 <>

은행 종금 보증보험 등 부실 금융기관 =====> 8조6천억원

<> 98년9월말 <>

퇴출 및 인수은행(2조2천억원)
합병은행(2조4천억원)
자체 정상화 은행(3조5천억원)
보증보험(1조원)
=====> 9조1천억원

<> 98년10월 ~ 12월 <>

특수은행 및 종금 증권사 =====> 9조8천억원

<> 99년 상반기 <>

신규발생 부실채권 =====> 5조원

< 증자 및 손실보전 31조5천억원 >

<> 97년12월 ~ 98년8월 <>

서울/제일은행 출자(1조5천억원)
종금 신용금고 예금대지급(6조6천억원)
=====> 8조1천억원

<> 98년9월말 <>

5개 인수은행(7조1천억원)
합병은행(3조6천억원)
4개 인수 생보사(1조2천억원)
=====> 11조9천억원

<> 98년10월~12월 <>

금고 및 신협 예금 대지급 =====> 1조9천억원

<> 99년1월 ~ 3월 <>

퇴출종금사 금융기관 예금지급(5조5천억원)
2금융권 추가 예금 대지급(1조원)
=====> 6조5천억원

<> 예비비 <>

손실보전 규모 예측 어려움 =====> 3조1천억원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