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말까지 1차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고 선언함에 따라 신용
경색이 언제쯤 풀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몇차례 통화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신용경색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달들어서 은행 노사간 대립으로 신용경색은 극에 다다르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계에서는 일단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신용경색이 해소될 계기를 마련
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모두 64조원 규모의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으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재정자금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9월말을 기준으로 우량은행들의 BIS
비율은 13% 정도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금융경색을 초래해온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인 BIS
비율문제가 해소됐다는 분위기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번 조치로 BIS 비율 때문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소리는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돈을 지원키로 한만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부실채권매입과 증자 등 재정지원을 해주면서 대출을 늘릴
것을 은행측에 요구했다.

재정지원을 받는 은행들은 경영구조개선계획을 제출하면서 대출을 늘리겠다
는 약정도 포함시키도록 했다.

금융감독위원회 등 감독기관을 중심으로 대출 진척상황을 날마다 점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0월말 이후 은행대출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10월부터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선다는 방침
이다.

그러나 은행의 대출확대방침이 신용경색을 바로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경기 불투명과 기업 퇴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때문이다.

기업의 신용도 하락은 은행의 보수적인 자금운용 못지않게 금융경색의 주범
으로 꼽혀 왔다.

당장 올 연말까지 워크아웃 등을 통해 기업퇴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들의 경쟁력회복도 아직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동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돈을 빌려줘도 될만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골라낸 다음에야 대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의 옥석구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은행 스스로도 준비가 덜 됐다.

앞으로도 인원및 점포축소, 고정자산 처분 등 경영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대립등 갈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담보위주의 여신관행도 걸림돌이다.

부동산값 하락추세가 개선되지 않음에 따라 기존 담보를 통한 대출확대에도
어려움이 많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보증여력도 조만간 소진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금융경색의 본격적인 해소시기는 기업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금융기관 경영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는 내년이후부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건용 재경부 금융정책국장도 "이번 조치로 금융경색이 다소 풀리긴
하겠지만 바로 해소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내년부터는 금융권의
불확실성이 제거돼 신용경색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 향후 금융/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

<>.10월 (금융)

- 조흥은행 외자유치 또는 합병 추진
- 외환은행 추가출자
- 제일/서울은행, 1곳 우선 해외 매각
- 특수은행 등의 부실채권 매입 시작

<>.10월 (기업)

- 고합-신호-통일-진도-우방-세풍-갑을-강원산업-신원에 대한 워크아웃
방안 마련
- 5대재벌 빅딜처리 방안 마련

<>.11월

- 대한-한국 보증보험 합병
- 5대재벌 구조조정 초안 마련(11.5)

<>.12월

- 5대재벌 구조조정 방안 확정(12.15)

<>.99년 1월

- 상업-한일은행, 하나-보람은행, 국민-장기신용은행 합병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