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역사의식을 갖고 이 시대의 다양한 삶을 화폭에 담아온 서양화가
손장섭씨가 개인전을 갖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720-5114)에서 10월 1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역사와 삶의 풍경".

신성이 부여된 거대한 나무그림에서부터 치열한 현실비판이 담긴 작품,
독특한 색채의 풍경화에 이르기까지 30여점을 출품했다.

그는 이른바 "민중미술 작가"지만 작품에는 예외 없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다.

그것은 척박한 이 땅에 태어나서 어둡고 긴 현대사의 터널을 통과해온 사람
들에 대한 작가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중간색조의 회색이나 청색 황색 톤으로 그려진 설악산과 한라산, 눈부신
흰색으로 표현된 신목들, 몽타쥬기법으로 처리된 굴절된 현대사의 다양한
모습,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하지만 정직한 삶, 이름없는 들꽃들.

소재나 대상이 무엇이든 즉흥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차분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들이다.

그의 그림은 역사의식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으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신정아씨(금호미술관 큐레이터)는 "손씨는 이 시대의 아픔을 가슴으로
녹여내 고뇌와 사색이 농축된 특유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