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일본에 대해서 이중성을 갖고 있다.

감정적으로 일본을 싫어하면서도 실제론 일본을 "모방"하기에 바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으로부터 심하게 강압을 당한 경험이 있는
기성세대도 일본영화와 일본노래를 들으면 어릴적 향수에 젖는다.

젊은 층도 한.일간의 벽은 깨야하다면서도 일본, 일본인에 대해 일면
반감을 갖고 있다.

그만큼 한.일관계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정부가 일본 왕의 호칭문제를 정비해 국내에서는 일황으로, 외교상으론
천황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외교상 상대국의 호칭대로 불러주는 것이 관례이고 중국 대만 등 한자권
나라에서도 천황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이 호칭을 바꾸기로 한 이유다.

정부는 이를 한.일관계에서 자신감의 발로로, 외교상으로 당당한 입지를
갖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천황의 일본어인 "텐노오"를 고유명사로 생각하면 별 문제가 없지않겠느냐는
발상이다.

물론 이는 논리적으로나, 세계화시대 한.일친선관계를 지향하는 추세로
보나 맞는 설명이다.

문제는 언어의 사회성이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 왕의 호칭만 바꿔서 한.일간의
관계호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동해표기문제 어업협정문제 정신대문제 독도영유권문제 등 한.일간에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호칭을 서둘러 바꿔야할 이유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오춘호 < 문화레저부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