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아시아자동차의 재입찰은 1차 입찰과는 판이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채권단이 상당폭의 부채 원리금을 탕감해 주기로 결정, 인수 메리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응찰 4개사가 치열한 인수전을 벌여 어떤 형태로든
낙찰자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발표된 채권단의 부채 조정 규모는 기아.아시아자동차의 총 부채
11조8천5백10억원중 24.6%인 2조9천2백10원을 탕감해 준다는 것.

박상배 산업은행 이사는 "1차 입찰에서 제시됐던 이자율 감면과 상환기간
연장조건도 그대로 적용돼 실질적인 부채 감면효과는 7조8천5백90억원으로
총 부채의 66.3%에 이른다"고 말했다.

기아 입찰 추진사무국과 응찰업체들도 채권단의 결정에 비교적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입찰 사무국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채권단이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부채를 조정했기 때문에 이번 2차 입찰은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 대우 삼성자동차등 국내 3사도 "이 정도면 해볼만한 싸움"이라며
추가 부채 탕감에 따른 새로운 입찰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기아자동차의 총 부채는 법정 소송에 계류된
채권과 법정관리 이후 발생한 공익채권을 합하면 16조4천억원에 이른다"
면서도 "3조원에 육박하는 부채 원리금 탕감은 예상보다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자동차 관계자는 "지난 입찰에서 "2조4천억원+ "의 부채 탕감
조건을 제시했는데 우리들 계산이 상당히 근접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번 입찰에서 1백원과 10원에 불과한 응찰가를 썼던
현대자동차가 이번 입찰에서 어떻게 대응할지가 상당한 변수"라며 현대측의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추가 부채 탕감에 따라 응찰업체들의 컨소시엄 구성과 응찰가등 입찰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막대한 부채를 이유로 컨소시엄 참여에 난색을 표명했던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이 컨소시엄 제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삼성자동차는 1차 유찰직후 재입찰에서는 컨소시엄을 대폭
보강해 참여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삼성은 1차 입찰에서 일본 종합상사인 닛쇼이와이와 알 왈리등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계열사, 협력사등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재입찰에서는 추가 부채 탕감을 내세우며 유럽계 자동차 업체들과 짝짓기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입찰에서는 1차 입찰에 비해 응찰가가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