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이 전격 합병으로 다른 은행들이 바빠졌다.

이중 가장 다급해진 은행은 조흥은행과 외환은행.

조흥은행은 장기신용은행을, 외환은행은 국민은행을 내심 파트너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두 은행 모두 오는 10월말까지 외자유치를 하든지, 합병을 하겠다고
정부와 약속한 터라 남아 있는 몇 안되는 은행과 짝짓기를 서둘러야 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게 됐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모두 어떤 일이 있어도 이달중, 늦어도 정부가
못박은 10월까지는 합병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문제는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점.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이 합병을 결의함으로써 선택의 여지는 더욱
줄었다.

구체적으론 주택은행과 제일은행밖에 없다.

아니면 상호합병을 선택하는게 유일하다.

주택은행의 경우 신임 김정태 행장이 "시간을 갖고 합병을 생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합병테이블로 끌어들이기가 당장은 힘들다.

제일은행이 합병시장에 나오면 더없이 좋겠지만 정부가 제일 서울은행을
오는 11월15일까지 해외에 매각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어떤 식으로든 입장변화가 있지 않으면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결국 남는 건 상호합병뿐이다.

두 은행 모두 상호합병에 거부감이 강한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압박"이 가해지면서 최근엔 "못할 것도 없다"는 태도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외환은행에 자본을 참여한 독일 코메르츠은행의 태도다.

감자가 불가피한 두 은행의 합병에 코메르츠은행이 동의하지 않는한 성사가
힘들다.

거꾸로 코메르츠가 응하면 합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두 은행 모두 코메르츠가 동의하면 합병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두 은행은 상호합병이라는 외길수순에 몰리고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