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 삼성SDS 사장 >

우리 속담에 "사람은 서울로, 망아지는 제주도로"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언제부터 쓰여졌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무엇인가 이룩하기 위해서라면 정말 서울만 가면 되는가?

이제는 아니다.

우리는 서울에서 또 떠나야 한다.

동경으로 워싱턴으로 파리로 런던으로 세계로, 아니 다른 우주로.

미국 MIT의 컴퓨터연구소장인 마이클 더투조스 교수가 내놓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뜻의 "What will be"(번역서. 21세기 오디세이, 한국경제
신문사 간)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더투조스 교수는 통신과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창출하고 있는
새로운 세계, 인터넷이라는 괴물이 만들어낸 정보시장(information
Marketplace)으로 안내한다.

그곳에는 무한대의 공간과 정보, 상품이 있다.

모든 거래는 빛의 속도로 이루어진다.

가격은 싸고 배달은 빠르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서로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멀리서 병을 진단하고 교육도 시킨다.

더투조스 교수는 이러한 현상들을 단순히 추측하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미래현상의 싹을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있다.

상품을 진열하지 않은 초대형 백화점, 건물이 없는 학교와 도서관, 집에서
일하고 있는 회사원, 전화가 필요없는 비행기 예약 등.

지금 출발하고 있는 이러한 것들은 10년 또는 20년내에 인류의 보편적인
생활방식이 될 것이란 것이 그의 확신이다.

이 시대를 향한 인프라스트럭처의 구축과 국민에 대한 교육은 개인, 기업,
국가의 의무이며, 이것을 행한 자와 행하지 않은 자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판가름날 것이며, 이것은 그 시대 인류가 고민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10년후 강한 자 또는 가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약한 자 또는 갖지 못한
자가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들의 선택이다.

망아지는 아직 제주도로 가도 좋다.

그러나 사람은 이제 서울을 목적지로 해서는 안된다.

가자, 더 넓은 세계로, 더 넓은 우주로, 서울에 앉아서 제한된 것을 나누기
위해 싸우지 말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보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