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수요가 다시 일고 있다.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달러화나 달러화표시 채권을 사자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따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하락(원화환율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0일 달러당 1천3백원까지 상승했던 원화가치는 9일 1천3백68원(종가
기준)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앞으로 달러화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들의 외채만기가 속속 돌아온다.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지난해 빌린 27억5천만달러의 빚도 12월이 만기다.

반면 수출은 지난 5월이후 네달 연속 감소, 경상수지 흑자폭은 줄어들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비해 공급은 줄어드니 달러값은 비싸지고 원화값은 싸질수
밖에 없다.

더욱이 러시아사태를 비롯한 세계적인 금융불안마저 가세, 자칫하면
"제2의 외환위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 기업 외화자금 수요증가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지난달 20일(달러당
1천3백원)을 고비로 하락추세다.

이날도 1천3백62원까지 하락, 전날보다 5원 떨어졌다.

가장 주된 이유는 기업들의 외화자금수요다.

9월말~10월초로 예정된 중장기외채의 이자수요로 금융기관들이 미리 달러를
확보하려한데다 기업들도 가수요에 나선 탓이다.

정부는 당초 올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돈을 대략 1백21억달러로 예상했었다.

기업외채 44억4천만달러와 무역신용 외환수요 44억4천만달러, IMF 상환
원리금 31억달러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변했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올라가는 등 해외차입여건이 악화된데다 기업들의 외채
만기연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당연히 갚아야할 외채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로선 만일의 경우에 대비, 어떡하든 달러화를 확보하려 들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가 하반기 국내기업이 갚아야할 외채가
2백억달러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낸 이후 달러화 가수요는 부쩍 늘었다.

<> 달러화표시 외화채권이 잘 팔린다 =원화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달러화표시채권을 역수입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 4월부터 이날까지 1억달러(약 1천3백억원)이상의 외화표시
채권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 <>삼성전자 한전 포철 등이 발행한 채권들이 대부분이다.

일반인 수요가 몰리면서 동양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외화표시채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민간기업들도 원화가치의 하락가능성에 대비해 달러화 보유를 늘리고 있다.

국내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지난 5일 1백26억달러로 급증,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화예금의 대부분은 5대 그룹이 예치한 금액이며 최근에는 중견기업들은
물론 개인들도 외화예금을 늘리고 있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수출결제대금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달러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화자산을 단기로 운용하고 있다.

여유 달러를 초단기콜(오버나이트 등)에 굴리고 있다.

<> 세계금융시장 요동 가능성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 금융위기 확산과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보고서는 미국 경기가 연착륙에 실패하고 일본의 경기부양책도 수포로
돌아가면 세계경제가 공황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비교적 안정된 국내 금융시장도 세계경제가 요동치면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
등 제2외환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기업 단기외채에 대해
70% 상환압력이 들어오고 외국인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7백80억달러가 유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때를 대비해 적어도 1백80억달러이상의 가용
외환보유액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신현철 한국은행국제부장은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외환보유액 확충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