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동네북인가.

국세청의 협박으로 거액의 돈을 정치자금으로 빼앗긴 기업들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세청장이나 차장의 압력을 받아 마지못해 낸 정치헌금은 그렇다치자.

그런데 이번엔 문제의 정치헌금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할 태세여서
기업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현대 대우 SK 동아건설 극동건설 등이다.

검찰은 1백대 기업에서 많게는 10억원, 적게는 1~3억원을 거둬 5백억원의
돈이 선거자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세청장과 차장이 사무실로 기업인들을 불러 정치헌금을 하도록 협박성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국세청이 이번엔 이들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기업들은 할 말을 잃고 있다.

기업들이 대선자금을 한나라당에 제공한 것은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여서 세무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세청은 검찰로부터 구체적인 내역을 통보받는 대로 탈루액을
추징할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기탁이나 후원회 등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니 어쩔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에따라 10억원의 자금을 준 기업은 2억8천만원의 법인세를 추가로 내게
생겼다.

기업들은 이래 당하고 저래 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기업하기가 어려운 나라라는 외국인의 불평이 나오는 것도 이래서가
아닐까.

< 김문권. 사회1부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