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수 < 포스코경영연 선임연구위원 >

7개업종의 빅딜이 성사되었다.

인수합병도 흔치 않은 우리기업 풍토에 비추어 이 정도의 사업교환이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히 이례적이다.

대규모 사업교환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경기변동에 따라 업종간 부침이 있을 터인데 잘될 사업을 놓친 기업은 땅을
칠 터이고 사양업종을 인수한 기업은 낭패를 보게된다.

이런 점에서 사업교환은 정부개입보다 기업책임하에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어쨌든 문어발식 확장을 일삼는 우리 기업들이 이 정도의 사업교환을 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초 빅딜의 아이디어를 재기한 것이 정부라는 점에서 정부는 빅딜을
성공시키기 위한 책임이 있으며 실패에 대한 부담도 함께 짊어지고 있다.

막상 빅딜이 성사되고 보니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빅딜은 필요한 법적 절차를 모두 밟아야 한다.

얼마전 부실은행을 퇴출 시킬 때 상법상 필요한 주총승인 절차를 생략해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번의 경우 주주는 물론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분할 등에 관한 상법상의 규정이 미비하기에 자칫하면 선 빅딜
후 법규개정이라는 관법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국제적 통상마찰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빅딜에 대해 정부는 금융 세제지원을 하겠다고 공헌했다.

그러나 빅딜로 탄생한 기업이 독과점적 지위를 가질 때 문제가 복잡해 진다.

독과점 기업에 대한 지원은 국제적 마찰은 물론 공정거래법상 저촉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셋째 빅딜의 결과 고용승계의 문제가 생길 것이다.

사업교환은 기업의 구조조정 중에서도 핵심적인 사항이다.

그런데 고용을 조정하지 못한다면 구조조정의 의미가 없다.

최근 현대자동차 사태처럼 이문제에도 정부가 개입한다면 더 이상 빅딜이
추진되지 않을 것이다.

넷째 빅딜의 결과 대기업들이 공동경영하는 기업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업이 잘 안되다는 속설이 있다.

더욱이 서로 아쉬울게 없는 대기업간이라면 말한 나위가 없다.

만약 경영권 다툼으로 바람잘 날이 없다면 빅딜은 하지 않으니만 못할
것이다.

다섯째 빅딜은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경제의 효율을 높여야 의미가
있다.

빅딜 결과 대기업은 문어발을 잘라 전문성을 높인다.

그러나 국민경제 전체로 볼때 빅딜은 경영성과가 좋지 않은 대기업의
자회사를 살리는 방편이 되었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또 빅딜이 성공하면 5대그룹의 비중은 과거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빅딜은 경제력 집중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의 소지도 있는
것이다.

사업교환이든 인수합병이든 기업간 거래는 시장에서 상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의 확장일면도 경영패턴과 각종 법규의 미흡으로 거래가
활발치 못했다.

앞으로 기업간 거래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빅딜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소지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관련 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우리 상법이나 회사법은 단일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은 그룹화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회사관련법은 기업군까지 포함하는 체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예컨대 결합재무제표 지주회사 사업교환 등은 모두 단일회사의 개념으로는
있을 수 없는 제도이다.

앞으로 빅딜이 자주 일어나 대기업의 성격이 변하면 과거 재벌을 다루던
정책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와함께 기업퇴출에 관한 규정도 더욱 간소화해야 한다.

현행 법규상으로는 기업이 망하기도 어렵다.

기업간 거래를 활성화 시키자면 죽어가는 기업을 지원해서 경쟁력있는
기업을 괴롭히는 협조융자등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