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의 빅딜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은 장세흐름을 바꿔놓을 만한 변수는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세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투자자의 반응이 신통찮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시장참가자들도 전체장세에 대한 기대보다는 빅딜 관련 개별종목의
주가명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인 반응 =빅딜의 목적은 과잉설비나 중복투자를 해소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빅딜 내용은 기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통합운영
하는 방식이 많다.

이런 대목이 외국인으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강헌구 ING베어링증권 이사는 "대기업들이 정부압력과 여론에 떠밀려
구조조정을 하는 시늉만 냈다는 것이 외국인의 반응"이라며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의지를 여전히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반도체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이 거론되고 있다.

두회사가 합병하면 매출액 7조원 등 삼성전자와 견줄만한 외형을 갖추게
된다.

상장사끼리 짝을 지을 경우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결정된다.

그런데 현대전자 주가는 3만1천원대, LG반도체 주가는 9천8백원수준으로
큰 차이가 있다.

LG측이 대등합병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G반도체 주가는 단기적
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양사의 합병이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
찮다.

전병서 대우증권 반도체담당 연구원은 "합병후 두회사가 생산량이나 생산
라인을 줄이는 등 적극적으로 군살빼기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형 적자회사가
탄생했다는 인식을 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 =비상장사인 현대정유가 상장사인 한화에너지를 인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상장사인 한화에너지가 살아남게 되고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성원 LG증권 정유업종 조사역은 "한화에너지는 부채가 자기자본의
3백32배에 이르는 등 재무구조가 취약하나 현대그룹으로 넘어가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그룹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감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남아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공 =현대우주항공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등 3사가 같은 지분으로 단일
법인을 신설하고 삼성항공이 간사회사를 맡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중복인력 중복설비 중복연구개발비가 줄어들면서 항공기 제작부분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항공의 투자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종승 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항공은 항공기 제작부문에 대한 투자규모가
크고 매출비중도 높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가장 절실했던 만큼 주가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조성근 기자 trut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